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IT업계 생존법


"개인이 컴퓨터를 가정에 들여놓을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지난 1977년, 이처럼 틀려도 한참 틀린 '예언'을 한 이는 켄 올슨 디지털 이큅먼트 사 창업주다. 디지털 이큅먼트는 1998년 컴팩에 인수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미래 예측이 얼마나 힘든지 올슨과 함께 몸소 증명한 또 다른 인물도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인 빌 게이츠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발언처럼 다소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는 1981년 "개인용 컴퓨터(PC)의 메모리는 640K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MS는 디지털 이큅먼트와 달리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당시의 게이츠는 사람들이 PC로 간단한 계산, 문서 작성이나 할 줄로 오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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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의 역사에서 영원히 이름을 남길 이들조차 실언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른 탓이다. 지금도 카카오톡이 어떻게 변화할지, 당장 5년 후의 스마트 기기에는 어떤 새로운 기능이 탑재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IT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트렌드를 만들거나 최소한 트렌드를 발빠르게 따라잡았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지난해부터 카카오톡의 발목을 잡으려는 이동통신사들을 볼 때마다 올슨이나 게이츠의 발언이 자주 떠올랐다. 새로운 분야에 눈을 돌려 대안을 만들어내려는 노력보다는 카카오톡을 제압하는 데 더 공을 들이는 것 같은 모습이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될 '오판'인 것 같아서다. 물론 기업이 당장 눈앞의 수익을 갉아먹는 경쟁사에 대해 대응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카카오톡이 앗아간 수익이 연 1조원인데 카카오톡이 창출한 수익은 수십억원에 불과하다'는 이통업계의 흔한 주장은 구차한 감이 있다. 그 시간에 앞으로 어디에 새로운 장이 들어설지 고민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타자기 시장이 없어진 대신 PC 시장이 들어서고 PDA가 사라진 자리를 스마트폰이 채운 것처럼 말이다.

카카오톡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기발한 서비스가 지금 이 순간에도 탄생하고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 업계가 밀리고 밀려서 결국 절벽 아래로 떨어질지, 반대로 절벽을 건널 다리를 세울지 앞으로의 전략이 기대된다.


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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