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산 날리고… 투자자에 쫓기고…/주가폭락… 후유증 일파만파

◎신용거래로 빚더미 집팔아 갚아/증권사직원 압박감에 졸도까지주식시장이 폭락장세를 보이면서 주가지수가 5년만에 최저수준으로 하락함에 따라 증권사 직원은 물론 투자자들이 큰 재산손실을 입으면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증권사 직원중에서는 주가폭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못이겨 병원에 실려가거나 명예퇴직을 한 증권사 간부나 일반기업 종사자들이 퇴직금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모두 날려 졸지에 알거지로 전락한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증시폭락으로 죄진 것 없이 고개를 못들고 다니는 증권사 직원들은 아침 출근길 조차 두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빗발치는 투자자들의 전화에 온종일 시달리고 담보부족계좌를 정리하면서 고객들에게 돈을 보상해주다보면 퇴근할때는 거의 파김치가 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과로와 심리적인 압박감을 못이겨 B증권의 경우 투자분석부 직원이 최근 사무실에서 졸도를 해 뇌수술을 받았으나 회복여부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굴지의 그룹계열사인 S전자의 김모과장(38)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를 하다가 최근 주가가 급락, 수천만원대의 손실을 입었다. 김과장은 결국 부모님이 물려주신 강남의 아파트를 처분, 빚잔치를 한 후 일산의 신도시로 전세를 얻어 이사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김과장은 『주가가 폭락하면서 빚이 늘어나자 바이어와의 상담중에도 짬을 내 주가를 확인하는 등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가 힘들었다』면서 『아파트를 처분해 빚을 청산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만은 홀가분하다』며 허탈해 했다. D증권의 간부를 지낸 박모씨(45)는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해 1억원가량의 퇴직금을 받고 이를 잘알고 지낸 회사후배에게 맡겼다가 한푼도 남기지 못하고 퇴직금을 날려 울화병까지 앓고 있다. 박모씨는 『나처럼 퇴직금을 모두 날린 사람들이 주변에 몇명 더 있다』면서 『퇴직금을 불려 개인사업을 하려던 꿈이 모두 사라져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S증권의 한 관계자는 『이밖에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목돈을 쥔 증권사 직원들이 주식투자에서 목돈을 날린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서로 언급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뿐만 아니라 주식약정과는 무관한 펀드매니저가 주가하락으로 인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방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 38%를 기록한 동료 펀드매니저가 회사로부터의 따가운 눈초리를 이기지 못해 결국 퇴사했다』며 『다른 펀드매니저들도 남의 일 같지 않아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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