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국민연금, 일본 주식투자 4조 넘었다

해마다 증가 속 전범기업 78곳에도 8,000억 투입

"사회적 책임 부족… 바람직한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국민연금은 "투자 대상 협소해져 배제하기 어려워"



국민연금의 대(對)일본 주식 투자규모가 해마다 증가하며 4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일 투자 가운데 국민연금이 78개 전범 기업에 8,000억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 속에도 국민연금의 전범 기업 투자는 확대되는 추세여서 일본 정부의 퇴행적 역사인식 속에 뚜렷한 투자 가이드라인 수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을 통해 확보한 '국민연금 일본 전범 기업 투자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대일 주식 투자금액은 4조1,155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은 2011년 일본 기업 주식에 1조2,669억원을 투자한 후 2012년(1조9,710억원), 2013년(2조7,095억원), 2014년(3조6,094억원) 등에 걸쳐 대일 투자를 계속 확대했다.


대일 투자 증가 속에 국민연금의 일본 전범 기업 투자규모도 급증해 올해 6월 말 기준 미쓰비시·닛산·파나소닉 등 일본 전범 기업 78곳에 7,817억원을 투자했다. 일본 전범 기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용 군수물자 생산에 우리 국민을 강제 동원하고 착취한 곳으로 총리실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등을 통해 299개 대상 기업을 공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의 전범 기업 투자는 국회에서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2011년(2,161억원) 이후 2012년 3,583억원, 2013년 5,322억원, 2014년 6,849억원 등 계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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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특히 대표적인 전범 기업 중 하나인 미쓰비시그룹에 총 633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강제동원은 물론 일본 우파정치 육성기관인 '마쓰시타정경숙'을 설립한 마쓰시타 전기의 후신인 파나소닉에도 259억원을 집행했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의 엔진을 생산한 '나카시마제작소'의 후신인 후지중공업 및 후지전기에도 709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들 전범 기업은 강제징용 문제에 전후 배상 및 책임을 거부하고 있으며 극우 역사교과서를 후원하는 일본 우익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명수 의원은 이와 관련,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5대 원칙 중 하나인 공공성을 강조하며 "단기적 이익 창출에 매몰돼 국민연금이 일본 전범 기업이 성장하는 데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며 "국민 상당수는 선열들의 피눈물로 일궈진 일본 전범 기업에 투자해 얻은 수익으로 연금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수익성과 포트폴리오 등을 고려할 때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 등이 포함된 전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상반기 외부전문가 등과 함께 전범 기업 투자 적정성에 대한 논의를 했지만 투자를 유지·확대하기로 했다. 해외 투자 대상이 협소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전범 기업 투자를 금지하면 일본 측의 '경제 보복'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와 전문가들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국민연금이 바람직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미국 연기금들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을 이유로 투자를 전면 철회한 사례도 있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여론수렴을 거쳐 국민연금이 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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