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6일] 서민이 외면한 보금자리주택

'0.6대1, 0.4대1.' 지난 24일 1순위 사전예약을 모두 마친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남양주 진건지구와 시흥 은계지구의 청약 결과다. 10채 중 절반이 입주자를 찾지 못한 셈이다. 무주택 서민들이 시세보다 15% 이상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던 의욕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특히 2차지구에서 첫선을 보인 분납형 임대주택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당초 정부의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무주택 서민에게 큰 인기를 모을 것이라던 장담과는 달리 대거 미달사태를 빚었다. 분납형 임대는 주택자금 조달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분명 유리한 조건이다. 분양대금을 10년에 걸쳐 나눠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장이 외면한 이유는 단순히 임대주택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사전예약 결과를 지켜본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보금자리주택이 불과 두번째 사전예약에서부터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은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가격경쟁력 상실, 그리고 강남권 보금자리에 대한 쏠림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대주택의 경우 무주택 서민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가격도 흥행 참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시흥 은계지구를 보면 전용 74㎡형 임대의 공급조건이 보증금 6,200만원에 월 임대료 41만원이다. 입주 후 관리비까지 고려하면 입주자는 매달 50만원 이상을 꼬박 부담해야 한다. 전세로 환산하면 주변 시세와 거의 차이가 없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 측은 청약결과에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은 중장기적 수급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지 단기간에 성패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사전예약 결과에 적지 않게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그나마 흥행을 이끌었던 강남권 보금자리도 사실상 고갈된 상황이어서 자칫 보금자리주택이 미분양 사태를 겪는다면 무작정 밀어붙이기에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두차례 실시된 보금자리주택지구 사전예약 결과는 '서민의 주택 입지 선호도 역시 부유층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는 목표에 집착해 일단 짓고 보자며 양적 확대에만 집착한다면 앞으로 나올 보금자리주택도 성공을 장담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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