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거듭했던 정부의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향에 대한 토론회를 21일 개최한다.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보건복지부 산하 공사로 전환하고 기금운용위원회에 별도 상설 사무국을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금운용본부를 별도 기관으로 떼어냈으니 독립성을 확보했고 사무국이 마련됐으니 전문성도 갖췄다고 자평할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국민연금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부가 제멋대로 쓴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나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기초연금과의 연계를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개편안에서는 그런 의지를 거의 찾기 힘들다. 오히려 복지부 산하로 가면서 정부 입김은 더 세질 판이다. 이사회 격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이야기도 없다. 무늬만 독립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일부 부처끼리 기금운용본부를 서로 가져가겠다고 볼썽사나운 신경전도 벌인다고 한다. 기금운용의 독립은커녕 자칫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연금 기금의 제1 목적은 수익성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운용 수익률이 1%포인트 오르면 기금고갈이 8년 늦춰지고 보험료를 2%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려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기금운용 책임자가 전문성을 갖고 외풍에 흔들림 없이 독자적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 받았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이 국민의 노후보장이 아니라 정부의 편의여서는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