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불황기 라이벌전 지구 끝까지 따라간다] <하> 유통업계

롯데-신세계 "아웃렛 못내줘" 고지 쟁탈전

경쟁사 부지물색 소식 들리면 인접지역 부지 사들여 맞불

동부산·수원·인천·의정부… 백화점·복합쇼핑몰·편의점…

지역·업종 넘나들며 입점 혈투

신세계 파주프리미엄아웃렛 야경.

# 지난달 3일 신세계(004170)백화점 본점 신관. 신세계그룹 전략실이 있는 19층이 아침부터 발칵 뒤집혔다. 이날 롯데쇼핑(023530)은 3,000억원을 투자해 2016년까지 양주시에 대규모 교외형 아웃렛을 짓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신세계는 앞서 3월 의정부시와 2017년까지 1,100억원 규모의 교외형 아웃렛 매장을 건립하는 투자유치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협상은 신세계가 먼저 시작했지만 은밀하게 사업을 추진한 롯데측에 선수를 빼앗긴 셈이다.

내심 경기 북부지역 아웃렛의 주도권을 선점했다고 자신했던 신세계는 적잖게 당황했다. 신세계는 20여일 뒤 의정부시장을 미국으로 불러 의정부시 산곡동 일대에 아웃렛 매장을 짓는 내용의 업무협력을 정식으로 체결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롯데가 의정부 인근에 아웃렛 부지를 물색한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우리가 한 방 제대로 먹긴 했지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영원한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가 장소와 업종을 넘나들며 치열한 입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네가 가는 곳에 나도 간다'로 요약되는 단순한 전략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한 셈법이 담겨 있다. 때로는 경쟁사의 진출을 일부러 방관한 뒤 시장 상황을 살피거나 예상치 못한 '통 큰 베팅'으로 허를 찌른다.

아웃렛 시장은 롯데와 신세계가 격돌하는 유통업계 최대 격전지다. 시장 포화와 정부 규제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이 가로막히면서 차세대 성장동력인 아웃렛만 나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경쟁사가 어디에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인접한 곳에 바로 부지를 매입해 맞불을 놓는 식이다.

롯데는 연말즘 동부산관광단지에 복합쇼핑몰을 연다. 부지 면적만 5만3,000㎡에 달하는 이 자리에 아웃렛과 마트, 영화관, 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롯데는 동부산 복합쇼핑몰을 부산과 울산을 연계하는 유통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의 진출에 인근 기장에 아웃렛 매장을 운영중인 신세계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하다. 집객 효과가 높은 복합쇼핑몰 특성상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롯데는 동부산과 다소 거리가 있는 김해에도 아웃렛을 개점했다. 부산 서부와 동부에 모두 아웃렛을 열어 신세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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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도 대대적인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롯데는 올 하반기 수원역 복합쇼핑몰 개점을 앞두고 막바지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수원역에는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AK플라자가 있지만 롯데는 인근 부지를 사들여 맞불을 놨다. 지역상인들 반대로 수원역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 개설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늦어도 연말까지는 개점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용인시에 죽전점을 보유한 신세계는 비상이 걸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영화관, 쇼핑몰이 동시에 들어서면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세계는 롯데의 수원 진출에 맞서 내부적으로 수원에 백화점을 추가로 개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17년에는 인천에서도 양사가 격전에 돌입한다. 앞서 롯데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이 입주한 인천 구월동 인천종합터미널 부지를 통째로 사들였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연 매출만 8,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점포였다. 지난해부터 롯데에 임대료를 지급하는 신세계는 임대 계약이 끝나는 2017년에 롯데에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는 2020년까지 인천종합터미널과 인근 구월농산물도매시장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일본의 롯폰기힐스와 같은 쇼핑시설과 주거시설을 아우르는 대규모 복합주거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롯데에 백화점을 빼앗길 처지에 놓인 신세계는 올초 인천종합터미널 맞은편에 위치한 구월보금자리 부지를 사들이며 반격에 나섰다. 매입 주체가 이마트(139480)여서 이마트가 우선적으로 입점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3만3,059㎡에 달하는 부지 용도가 유통판매시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웃렛과 백화점이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인천 상권을 고스란히 롯데에 내줄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용·건강용품을 판매하는 드러그스토어 시장에서는 일단 롯데의 판정승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롯데는 2012년 신세계가 '분스'를 내놓고 드러그스토어 시장에 진출하자 이듬해 '롭스'로 맞섰다. 롯데는 당초 드러그스토어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신세계가 움직이자 곧바로 뛰어들었다.

롭스는 드러그스토어 원조인 CJ '올리브영'과 GS리테일(007070) '왓슨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올리브영 자리에 롭스 매장을 입점시키는 등 고삐를 바짝 당겼다. 현재 분스 매장은 6곳이지만 롭스는 최근 17곳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신세계가 뒤늦게 편의점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고 롯데와 정면승부에 나섰다. 신세계는 그간 편의점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지만 세븐일레븐을 보유한 롯데가 2010년 바이더웨이를 인수하자 지난해 뒤늦게 위드미를 인수하고 경쟁에 돌입했다. 위드미는 로열티와 위약금을 없앤 새로운 사업 모델을 앞세워 편의점 시장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신세계의 치열한 경쟁은 유통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며 "경기침체와 소비감소가 장기화할수록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양측의 신경전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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