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융합형 원천기술 어디까지 왔나] ② 나노기반 정보·에너지사업

얇고 강한 그래핀 상용화 임박… 휘는 터치스크린 시대 열린다<br>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산업적 활용 무궁무진<br>프린터처럼 인쇄하는 유기박막 태양전지도 3~4년내 현실화 예상

나노기반 정보·에너지 사업본부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합성·응용 연구를 통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획기적 성능의 제품개발의 단초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공 우주실험실.


정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나노기술을 모태로 한 이종기술 간의 융합을 통해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나노융합형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에 적극 나선 상태다. 이를 위해 출범한 나노기반 정보·에너지 사업본부는 신기능 정보전자 산업용 나노소재, 플렉시블 필름전지,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 등의 분야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상용화가 가능한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나노로 이끄는 창의적 혁신=최근 나노기술(NT)의 적용이 디스플레이∙반도체∙2차전지∙태양전지 등 전자∙에너지 분야를 위시한 전 산업에 확산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나노융합산업시장은 지난 2010년 5,530억달러에서 연평균 19.9% 성장해 오는 2016년께 1조6,465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융합 원천기술은 바로 이 막대한 시장을 선점하게 해줄 요체다. 특정 소재나 물질을 나노미터(㎚∙10억분의1m) 크기로 제조∙조작∙분석∙제어함으로써 제품의 초소형화 및 초경량화를 구현하는 기술을 뜻하는데 이를 통해 인류의 삶을 업그레이드시킬 혁신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시계처럼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폰, 둘둘 말 수 있는 롤업 디스플레이, 옷처럼 입는 웨어러블 컴퓨터 등이 그 실례다.

2009년 출범한 나노기반 정보∙에너지 사업본부는 이 같은 국내 나노융합 원천기술 연구를 선도하는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기계∙화학∙전기∙재료∙물리 등 다양한 분야의 우수 연구인력 1,000여명이 2013년까지 연간 200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는 상태다.

사업본부는 총 4개 연구단으로 구성된다. 'NT-IT 소자재료 연구단'은 기능 맞춤형 분자제어 기술에 기반한 신기능 나노 원천소재 및 정보전자 소재, '차세대 전지기술 연구단'은 상용화 가능한 플렉시블 필름전지 개발이 목표다. 또 '비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연구단'과 '우주환경기반 신기술 연구단'이 각각 저비용 고효율 비실리콘계 박막 태양전지 원천소재, 초정밀 진공 플라즈마 부양제어 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반도체·나노소자 분야의 창의적 혁신을 주도하며 사각편대를 완성하고 있다.

김창균 사업본부장은 "NT 연구는 1980년대 후반 시작됐지만 산업 파급력이 높은 분야의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할 나노융합 원천기술을 개발, 국가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어 "지난 4년간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547건, 특허출원 362건, 그리고 5건의 기술이전으로 약 33억원의 기술료 수입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그래핀 상용화 가장 앞서=지금까지의 성과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연구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막으로 두께가 탄소 원자 하나(0.35㎚)에 불과하지만 강도가 강철의 200배나 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소재다. 또한 전자 이동도가 실리콘의 140배, 열전도율과 허용 전류 밀도는 각각 구리의 100배, 1,000배에 달한다.

김 본부장은 "이런 탁월한 전기∙물리적 특성에 힘입어 지금껏 인류가 발견한 물질 중 최고의 산업적 활용도를 지닌 소재로 꼽힌다"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터치스크린, 초고속 반도체 소자, 고효율 태양전지, 투명전극, 웨어러블 컴퓨터 등을 현실화할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NT-IT 소자재료 연구단의 한국화학연구원 안기석 박사팀이 고효율 그래핀 파우더의 기능화 및 분산기술, 투명전극 패터닝, 대면적 그래핀 공정기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했다. 특히 그래핀 파우더는 인쇄전자 공정에 적용이 가능한 액상 분산액 형태로 개발, 반도체장비 제조기업 참트론에 정액 기술료 4억5,000만원과 경상 기술료 5%의 조건으로 기술이전해 본격적인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안 박사는 "기존의 기능화 그래핀보다 분산성이 2배 이상 뛰어나고 고농도에서도 2개월 이상 분산 안정성이 유지된다"며 "대면적 그래핀의 경우 올 상반기 내 패터닝 공정을 완성, 4~5인치(10.1~12.7㎝)급 터치스크린 시제품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연구단의 서울대 홍병희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고품질 그래핀을 30인치(76.2㎝) 대면적으로 합성, 플렉시블 터치스크린 제작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NT-IT 소자재료 연구단을 필두로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산업체들이 관련 연구에 뛰어들면서 현재 우리나라는 그래핀의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대내외적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차세대 유기박막 태양전지 개발=비실리콘 박막 태양전지 연구단의 성과 역시 주목할 만 하다. 비실리콘계 박막 태양전지는 1세대 실리콘 태양전지와 달리 고가의 실리콘을 사용하지 않는데다 두께가 100분의1에 불과해 대폭적인 제조원가 절감이 가능한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광전변환 효율이 상용화를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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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속의 윤경훈 단장은 "이 난제를 풀어줄 대안이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화합물"이라며 "연구단은 최적의 조성과 물성을 가진 나노입자 혼합 페이스트나 용액을 개발해 박막화함으로써 15%대의 광전변환 효율을 발휘하는 CIGS 소자를 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연구단은 지금까지 3종의 나노전구체로 CIGS 태양전지를 제작해 최고효율 8.7%를 달성했고 화학적 방식의 CIGS 박막 제조 메커니즘 규명, 박막과 소자의 전기광학적 특성 해석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윤 단장은 "CIGS 화합물은 건물 일체형 태양전지(BIPV), 플렉시블 태양전지 소재로의 효용성도 우수하다"며 "향후 소재 및 공정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민간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3세대에 해당하는 유기박막 태양전지에서도 상용화에 근접했다는 평가다.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인 한국화학연구원 문상진 박사는 "종이∙옷감∙플라스틱 등 얇고 유연한 재질에 잉크젯 프린터와 유사한 공정으로 인쇄한 유기박막 태양전지는 플렉시블 전자회로, 경량 X선 영상패널, 휴대기기, 차량 선팅용 유리 등 다각적 활용성을 갖는다"며 "3~4년 내 광전변환 효율 5%, 대면적화, 내구연한 5년을 확보해 상용화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정부가 론칭한 '나노융합 2020' 사업과 연계해 기술 완성도가 높은 성과들을 선별, 연구개발의 지속성을 부여함으로써 국가∙산업적 파급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노급 물질 제조 청신호

우주실험실 구현장치 개발
진공·초고온 상태서 연구 가능


나노입자와 같은 신소재 개발을 위해서는 초고온 상태에서 각 소재들에 나타나는 다양한 물성의 측정이 필수다. 초고온 상태의 물성은 소재의 질적 품질을 가늠할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나노기반 정보∙에너지 사업본부 산하 우주환경기반 신기술 연구단의 이근우 박사팀이 초고온 물성 측정을 용이하게 해줄 '우주실험실 구현장치'를 세계 여덟 번째로 개발, 나노급 물질 제조에 청신호를 켰다.

이 장치는 명칭에서 느껴지듯 우주와 유사한 진공 환경에서 실험 재료를 초고온 또는 과냉각 상태로 만들어준다. 약 1,500도의 초고온 상태에서 용기 등의 접촉 물체 없이 액체나 고체 소재를 공중에 띄울 수도 있다.

이 박사는 "공중부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험 물질을 올려놓은 용기가 녹으면서 실험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물성의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해진다"며 "비접촉식 공중부양은 미국∙일본 등 4개국만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공중부양은 정전기장을 일으키는 두 전극 사이에 대전된 물체를 놓고 중력을 극복할 만큼의 전기장을 거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이후 레이저로 물체를 가열하면 점차 빛을 발하며 공중에 떠 있는 상태에서 녹아 액체로 변하게 된다.

연구단에 따르면 우주실험실 구현장치는 항공우주∙철강∙군사∙세라믹∙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물질 연구에 활용 가능하다. 특히 초고온 재료의 물성 정보를 자체적으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선진국이 관련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현실적 제약에서 벗어나 신소재 분야 전반의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

연구단의 윤주영 박사는 "복합진공 시스템 속에서 여러 가지 물리적∙화학적 현상을 정확하게 측정∙컨트롤할 수 있어야 나노급 물질 제조가 가능하다"며 "인공 우주실험실은 고순도 나노 신소재 개발의 최밑단을 이루는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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