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유럽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직후여서 유럽 은행에 대한 불신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 도이체방크가 약 80~90억 유로(102억~114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다음주 초 유상 증자 계획을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체방크가 유상증자에 나서는 이유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금융가에서는 은행의 재무 건전성 기준을 크게 강화한 '바젤Ⅲ협약'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전세계 금융감독기구 수장들은 이번 주말 스위스 바젤에 모여, 바젤Ⅲ협약을 확정할 예정이다.
규제당국은 바젤Ⅲ 규정으로 현재 2% 수준인 기본 자기자본비율(Tier 1)을 5.5~6%로 상향하고, 위기 완충을 위한 추가 자본 확충 비율 3%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규제는 2013~2018년 사이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 6월말 기준 도이체방크의 기본 자기자본비율은 11.3%로 재무상태는 글로벌 대형은행 가운데 중 보통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최근 도이체방크가 70억 달러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고 분석, 도이체방크의 재무 상태가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시가총액이 300억 유로에 달하는 도이체방크가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유럽의 다른 대형은행들의 자본 확충 러시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독일의 지역은행(란데스방크) 들은 자본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독일은행협회는 자국 10개 은행권이 10%로 기본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1,050억 유로가 필요하다면서 바젤Ⅲ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 이후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을 하지 않아 우량은행으로 인식돼 온 도이체방크의 갑작스런 유상 증자 소식은 금융권 부실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유럽 일부 은행들이 스트레스테스트 때 그리스 등 특정 국가가 발행한 국채를 보고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보유 중인 국채 규모를 줄여 발표했다고 보도, 유럽 은행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도이체방크가 유상증자 자금 중 일부를 포스트방크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데 사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도이치방크는 현재 포스트방크의 지분 2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잔여 지분 인수에는 40억 유로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오직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증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