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소나무 에이즈 확산 막아라" 해병대까지 동원해 사투

[지자체는 지금 재선충과 전쟁 중]<br>전국 82곳서 피해…작년보다 9곳 늘어<br>안전지대 양평 물건너 제주까지 덮쳐<br>지역별 담당관제 진료카드 도입하고<br>고사목 제거에 대규모 인력 예산 투입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가 극심한 경남 김해시 장유면의 한 피해현장에서 동원된 방제관계자가 전기톱으로 고사목을 잘라 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림청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유엔군이 북한군의 남진을 최후까지 막아낸 곳은 낙동강방어선이다. 당시 북한군은 1개 전차사단과 9개 보병사단을 낙동강 전선에 투입했고, 또 다른 3개 보병사단이 뒤따라 내려오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지면 한반도 전체가 북한군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러나 국군과 유엔군은 최후까지 이 방어선을 지켜내면서 서울수복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산림청도 현재 낙동강 방어전투에 버금갈 정도로 전국의 소나무를 고사시키고 있는 재선충병과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릴 정도로 소나무에는 치명적인 재선충병 확산을 막는 데 실패하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목인 소나무를 영영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절박함 때문이다.


 1일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까지 전국 82개 시·군·구에서 재선충병이 발생했다. 이는 작년보다 9개 시·군·구가 늘어난 것이다. 일부 시·군·구는 방제를 완료했다고 하지만, 재발 위험은 여전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새로 재선충병이 발생한 곳은 경기 양평, 하남, 연천, 가평, 양주 등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곳들도 많아 초비상 상태다.

 특히 내륙을 건너가 제주도까지 확산된 재선충병은 현지에서 더욱 기승을 부릴 조짐이어서 산림청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올해 유난히 길었던 무더위와 가뭄 등으로 재선충병의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수 등의 활동이 상당기간 길어지면서 피해지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여름이후 재선충병에 감염돼 고사하고 있는 소나무들이 늘어나면서 산림청은 물론 전국 지자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고사 소나무를 그대로 둘 경우 추가 전염 가능성이 커 피해지역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이를 베어 내 따로 소독을 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재선충병 피해목을 내년 4월까지 100% 제거한다는 목표아래 연내 50% 정도 제거하기로 하고 모든 방제인력을 총동원키로 했다. 전국 지자제들도 군인과 자원봉사자 등을 투입해 재선충과의 전면전(All-out)에 돌입했다. 제주지역에는 해병대까지 투입해 고사목 제거와 방제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군인·자원봉사자 등도 나서

관련기사



최근 포항주둔 해병대 1사단 장병 300여명이 제주도로 급파됐다.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작전명은 '고사목 제거작전'. 이들은 제주도방어사령부 대원 120여명과 함께 연말까지 제주도에 머물며 제주시 도평동과 한경면,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 재선충병 피해지역 고사목 제거작업을 벌이게 된다.

 고영복 제주시 녹지환경과장은 "지난 9월 이후 매일 8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피해지역 확산을 막는 데 역부족"이라며 "해병대 장병들이 지원에 나서면서 재선충병 확산 방지작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소방서와 의용소방대원 등이 방제작업에 동참하고 있는가 하면 제주도시개발공사 직원 200명은 체육대회 대신 피해목 제거작업에 하루를 투자했다. 재선충병 방제에 써달라며 지역 주민들의 성금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SK핀크스와 비오토피아 주민회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비로 써달라며 제주도에 1억을 기탁한데 이어 롯데면세점은 1억원 상당의 방제장비를 구입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경남·북 지역 지자체들 또한 소나무 재선충병과의 전쟁에 전력을 쏟고 있다. 시 전체가 재선충병에 시달리고 있는 거제시는 산림조합과 산림청의 도움으로 신속한 방제작업을 진행중이다. 국공유림, 사유림 구분할 것 없이 모두 방제대상이다.

 ◇ 책임전담·진료카드 등 도입

지자체들 뿐만 아니라 산림청 역시 사상 최악으로 발생한 재선충병의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행정력과 예산을 총동원하고 있다. 올해 144억원의 예비비를 투입한데 이어 내년 4월까지 573억원의 방제예산과 연인원 20만명의 방제인력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또 전국의 피해상황을 실시간 파악하기 위해 지역별 담당관제를 운영중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재선충병방제 지역별 단장과 담당관제를 도입해 57개 피해지역 시·군을 사무관 이상 1명이 지도·점검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상태를 보다 정확하고 자세하게 점검하는 시·군별 진료카드를 작성해 운영도 하고 있다. 이제까지 광역지자체를 통해 지원하던 방제예산도 앞으로는 시·군별 피해 정도에 따라 차등해 직접 지원할 방침이다.

 김현식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목 100% 제거를 목표로 공격적인 방제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며 "전국민적 관심이 전국의 소나무를 살리는 데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희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