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서울포럼 2011 D-7] 중학교 졸업장도 없던 소년, 과학열정으로 노벨상 거머쥐다

■ 메인 스피커- 시모무라 오사무 미국 해양생물학연구소 석좌교수 <br>녹색형광단백질 발견으로 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 <br>원폭 폐허서 과학의 꿈 키워… 연구자유 찾아 미국行 <br>포럼 둘째날 첫 세션서 '열정의 60년 연구인생' 발표


지난 11일 주요 외신들을 떠들썩하게 만든 동물이 있다. 바로 형광고양이. 형광 빛을 내는 모양새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이 고양이가 후천성 면역 결핍증 즉 에이즈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고양이 에이즈로 불리는 고양이 면역 부전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형광 고양이는 어미 고양이의 난자와 난모 세포에 고양이 에이즈를 차단하는 원숭이 유전자를 집어넣은 유전자 변형 고양이다. 변형된 유전자를 쉽게 식별하고 그 발전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해파리 유전자가 삽입돼 어둠 속에서도 초록빛을 발하는 특징을 가지며 형광고양이로 불린다. 형광고양이의 탄생과 함께 주목을 받은 과학자가 바로 시모무라 오사무(사진) 미국 해양생물학 연구소 석좌교수다. 시모무라 교수가 발견한 '녹색 형광단백질'(GFP)은 다른 단백질과 결합돼 세포의 성장과 활동과정을 광학현미경으로 확인 할 수 있도록 했다. GFP의 발견으로 각종 희귀질병, 유전자 연구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 교수는 '2011 서울포럼' 이튿날 첫 세션에서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다. '연구개발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이란 주제로 연설을 하는 시모무라 교수는 60년 동안 자신의 연구경험과 결과를 후배 과학자들에게 담백하게 전해줄 예정이다. 시모무라 교수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할 당시 일본 열도는 그의 연구 업적보다 그의 인생 스토리에 열광했다. 시모무라 교수는 어린 시절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따라 만주, 오사카(大阪)를 떠돌았다.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중학생 시절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공습을 피해 나가사키(長崎)현 이사하야(諫早)시로 소개(疏開)됐으나 전학 첫날 그를 기다린 건 학도 동원이었다. 그날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 군수공장에서 일만 했다. 열 여섯 살 때는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졌는데 그의 집은 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12㎞ 떨어져 직접적인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시모무라 교수는 전쟁이 끝났어도 고교에 진학할 수가 없었다. 군수공장에서 일하느라 중학교 졸업장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시모무라 교수가 선택한 곳은 집 근처의 직업학교인 나가사키 의대 부속 약학전문부(현 나가사키대 약학부). 비행기나 배를 설계하고 싶었던 청년 시모무라는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곳에서 약학으로 과학에 대한 열정을 키웠다. 이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나고야(名古屋)대 진학한 시모무라 교수는 운명의 스승인 히라타 요시마사(平田義正) 교수를 만났다. 갑각류 갯반디의 발광 연구를 하던 히라타 교수와의 인연은 시모무라 교수가 1962년 GFP를 발견하는 발판이 됐다. 히라타 교수는 대학원 학생도 아니었던 조수가 어려운 실험에 성공하자 곧바로 박사 학위를 주고 1963년 나고야대 조교수로 데려 오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뒤 시모무라 교수는 안정적인 교수 자리를 박차고 다시 미국행을 택한다. 일본을 떠난 이유를 훗날 시모무라 교수는 돈에 연연하지 않고 연구에 전념하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시모무라 교수가 해파리의 일종인 '에쿼리아 빅토리아'(Aequorea Victoria)로부터 GFP를 처음 추출해 유용하게 되기까지는 무려 32년이 걸렸다. 투명한 선충(蟬蟲)을 연구하던 마틴 챌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유전자 클로닝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챌피는 대장균의 촉각 수용체 뉴런에 GFP를 결합시켜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뉴런이 움직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일에 성공했다. GFP를 예술 수준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로저 첸이었다. 그는 GFP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을 변화시켜 온갖 화려한 색깔의 GFP를 만들어냈다. 이제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세포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총 천연색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GFP 발견은 신경세포가 어떻게 자라나고 혹은 암세포가 어떻게 퍼져나가는 지와 같이, 예전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생체 내 현상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빛나는 표지'로 불리는 GFP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파괴돼 가는 과정을 추적하는 수단으로까지 발전했다. 시모무라 교수의 연구와 삶에 대한 열정은 쉽게 포기하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그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젊은 사람들은 곤란에 부딪치면 쉽게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버리는데, 흥미 있는 과제를 발견했다면 그것을 헤쳐나가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모무라 오사무 약력
▦1928년 일본 교토 ▦1951년 나가사키 의대 부속 약학전문부 졸업 ▦1960년 나고야대 이학박사 ▦프린스턴대 연구원 ▦1963~1965년 나고야대 수질과학연구소 조교수 ▦1965~1982년 프린스턴대 수석연구원 ▦1981~2000년 보스턴대 교수 ▦1982~2001 우즈홀해양생물학연구소 수석연구원 ▦보스턴대 명예교수 ▦우즈홀해양생물학연구소 석좌교수 ▦2008년 노벨화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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