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작은 승리에 안주해선 안된다

12월 대통령 선거에 나설 이명박 후보를 뽑은 한나라당이 오히려 경선 이후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권교체라는 구호만 있을 뿐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 경선에서 아쉽게 패한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당헌상의 당권ㆍ대권 분리를 내세워 후보 중심으로 돌아가는 당 운영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당 안팎에서 심상치 않은 흐름이 느껴진다.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시위대가 경선 다음날부터 연좌농성 중이다. 또 이 후보가 당사를 출입할 때마다 ‘경선무효’ ‘후보사퇴’ 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가면 물 스며들 듯이 화합할 것”이라는 이 후보의 말과 달리 이 후보측과 박 후보 측은 여전히 커다란 시각차 속에서 좀처럼 함께하는 모습을 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와 함께 이 후보 측 인사들도 치열했던 경선을 끝내고 난 후 심리적 허탈상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한편의 연극이 끝난 듯 쥐죽은 듯한 고요가 한나라당을 무겁게 내리 누르고 있다. 무엇보다 겨우 예선을 끝낸 이 후보조차 제 색깔을 못 내고 있다. 그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 대통령,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비전은 밝히지 않았다. 단문보다는 장문의 연설에서 강하고 설득력이 있다는 그임에도 구체적인 비전제시를 이후로 미뤘다. 이 후보의 지지자들은 본선 과정에서 준비된 정책과 비전을 내보이면서 또 다른 ‘축제’를 펼치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국민 참여경선으로 치러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뽑은 ‘민심’ 또한 널리 알려진 그의 삶 곳곳에서 보여준 추진력과 구체성, 그리고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으로서 경륜에 손을 들어 주었다. 민심은 그래서 이 후보에게 불과 세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에서 그가 제시할 ‘큰 그림’들을 빨리 보고 싶어한다. 그만큼 현실의 삶이 팍팍하고 고단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대가 약해보여도 본선승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선이 치열했다고는하나 예선일 뿐이고 본선은 이제 ‘영점(零點)’에서 막 시작됐다. 당내 경선이라는 작은 승리에 안주한다면 50%를 넘는 고공 지지율도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정치사에서 너무 흔히 보아온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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