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7월 8일] 기아차 노조의 자충수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를 둘러싼 노사 간 대립과 갈등이 심상치 않다. 개정된 노동법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노사공동의 이해관계 업무에 대해 일정 한도 내에서 유급활동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현장에서 속속 노사합의가 이뤄지고 있으나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대형사업장의 경우 민주노총 방침에 의거해 새 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사자율" 외침은 미사여구 기아차의 경우 이제까지는 181명의 노조전임자를 인정해왔지만 새 법에 의한 유급근로시간 면제한도에 따르면 풀타임 근로시간 면제자는 최대 19명이 돼 전임자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런데 기아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 요구안에 현행 전임자 수 보장 및 급여지급은 물론 상급단체와 금속노조 임원으로 선출된 경우, 그리고 대의원을 비롯한 각종 위원들까지 전임인정 및 급여지급도 포함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없던 조합의 자체고용 상근직원의 급여지급까지 새로 요구하고 있다. 새 법을 정면으로 뒤집어엎는 요구안이다. 이에 회사 측은 새 법에 따른 근로시간면제 적용을 위한 노사협의를 하자고 요청했다. 노조는 회사 측 요청을 무시한 채 자신들이 정한 교섭일정에 사측이 응하지 않는다며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내는가 하면 쟁의행위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파업을 위한 명분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타임오프를 둘러싼 일부 대형사업장의 노사갈등은 단순한 사업장 차원의 노사갈등이 아니다. 법 질서를 무력화시키고 독점적 권력을 유지하려는 소수 노조지도자들의 정치적 목적에 다수 조합원과 기업 경제가 희생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과도한 노조전임자 수에 따른 폐해가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에 걸친 논의 끝에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 도입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을 노사합의로 만들었고 국회에서 통과시킨 것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을 놓치기 싫은 소수 노조지도자들이 새 법이 노사자율을 해치고 노조를 말살하는 법이라며 파업을 동원,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노사자율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는 것이지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법을 아예 무시하는 것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 더욱이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와 같은 독점노조의 구조에서 노사자율은 노조 전횡을 포장하는 미사여구일 따름이다. 그래서 독점의 폐해를 방지할 법적 규제가 더욱 절실한 것이다. 이러한 노사갈등은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관련 기업은 물론 조합원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부정적 효과만 가져올 것이다. 기아차 같은 경우 최근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이때 말도 안 되는 명분으로 파업을 벌인다면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선진국 소비자들은 파업 전후 생산된 차량은 고장이 높다는 이유로 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면 그 피해는 회사는 물론 수많은 부품생산 업체에 돌아갈 것이다. 또한 생산현장에 종사하는 조합원들에게 조업감소ㆍ급여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명분없는 파업 경쟁력 갉아먹어 지금 잘나가도 경쟁력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다. GM은 한때 세계 최고기업이었다. 그러나 독점노조 때문에 자동차 한대당 약 1,500달러나 되는 추가적 인건비 부담을 안고 경쟁력을 상실해 지금은 구제금융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 등 정부는 일부 대형사업장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노사갈등을 단순히 사업장 분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법 질서에 대한 도전임을 인식하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추호의 변칙 가능성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법에 도전하는 무모한 파업은 조합원과 기업 전체에 피해만 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