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좋지만 저가車"… 현대차 갈길 멀다 ['현대차 사태' 바깥세상 시각은…] 현대차 경쟁력 아직은 성장단계초일류 도약 위해선 미래형·고급車개발 필요경쟁 주력해도 모자랄 판에 최근 사태 '발목' 환율·노조등 국내외 변수에도 여전히 취약 "현대차는 짧은 시간에 급성장하면서 일본 메이커를 위협할 정도까지 따라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품질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일본 마쓰다자동차의 와카야마 마사즈미 상무) 최근 몇 년간 진행된 현대차의 질주를 바라보는 잠재적 경쟁업체들의 시각이다. 현대차 브랜드는 지난해 세계적 브랜드평가 회사인 인터브랜드 평가에서 35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세계 84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자동차 업체로만 따질 경우는 9위로 평가된다. 현대차가 그토록 염원하는 '글로벌 톱5' 진입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계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이 같은 급성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현대차의 경쟁력이 아직은 '중저가 차종'인 점에 비춰볼 때 우수하다는 것일 뿐 초일류로 올라서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선을 긋고 있다. ◇세계 초일류 "아직 갈 길 멀다"="그들(현대차)이 두렵다. 미국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자는 혼다와 닛산, 현대차이며 그중에서도 현대차를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다." (푸노 유키코시 도요타 미국법인 회장)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이미 세계 초일류 기업인 도요타조차 잔뜩 경계심을 드러낼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속레이스에서 앞서가고 있는 선두가 후발주자의 질주를 '뒤돌아보고' 있는 것일 뿐 '동등한 선두권 그룹'에 함께 올라서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21세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 등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메이저 업체들조차 한 순간에 고꾸라질 정도의 '무한경쟁' 시대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현대차가 불확실한 시장상황에서 앞선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급차와 미래형 자동차 개발 등 숱한 난제들을 동시다발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 관계자는 "현대차는 여전히 '품질 좋은 저가차종'의 인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환율과 노조문제 등 외부변수에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제대로 된 경쟁을 펼치기도 전에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변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환율과 고유가 등 악화된 시장요인 속에 세계 최고의 품질을 보유한 일본 메이커들은 다양한 모델을 앞세워 현대차의 주력인 중저가 시장을 치고 들어오고 있다. 현대차의 뒤를 쫓아오는 중국 자동차 역시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갈수록 성장탄력을 받고 있다. 이미지 변신의 변곡점에 올라선 현대차로서는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의 시장에 대비한 노력을 한시도 멈출 수 없다는 말이다. ◇'현대차의 후진'만은 막아야="벌어들인 수익을 몽땅 신차 및 디자인 개발과 해외공장 확장, 브랜드 이미지 향상 등에 쏟아 부어도 모자랄 판이다. 자동차 산업을 국가경쟁력의 주요한 핵심으로 인식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외국에 비해 우리의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 미국과 일본ㆍ유럽 등은 자국 자동차 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곧 고용과 국민소득ㆍ복지 등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항상 예의주시한다. 완성차 하나에는 2만~3만개의 부품이 동원되는 산업의 특성상 자동차 산업은 전자ㆍ전기, 철강, 기계, 화학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엄청나다. 유통과 소비 단계에서도 금융과 보험ㆍ광고ㆍ운송ㆍ정비ㆍ건설 등 다양한 업종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현대차가 초일류 진입에 실패한다는 것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좌절을 의미한다. 나아가 산업전반이 '도미노 효과'에 의해 동반 추락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현대차를 둘러싼 최근의 국내환경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내부적으로는 회사가 처한 곤경을 외면한 채 경영진을 오히려 압박하는 노조가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반기업 정서'가 있다. 이 와중에 불거진 '현대차 비자금 사태'는 그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초고속 레이싱 게임에서 가속페달을 잔뜩 밟아도 모자랄 판에 후진기어를 넣으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불행하게도 현대차에는 지금 '우군'이 별로 없다. /특별취재팀=이진우 팀장, 김현수·민병권기자(산업부),고진갑특파원(베이징), 서정명특파원(뉴욕) rain@sed.co.kr 입력시간 : 2006/04/16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