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심층진단] FTA서 원전·광우병까지… 비이성적 괴담이 나라 뒤흔든다

[공포심을 악용하는 사회] <br>촛불포스터에 강정마을 등도 집회 목적<br>국민 안전 볼모로 합리적 판단 무력화<br>지지 세력 규합·정권 흔들기 의도 담겨<br>반대 위한 반대, 국력 훼손·갈등만 키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회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박서강기자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ㆍ한미자유무역협정(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ㆍ사회단체들은 2일 저녁 청계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연다. 광우병에 불안한 상당수 국민들은 이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촛불 4주년 준비위원회가 만든 포스터를 보면 광우병뿐만 아니라 4ㆍ11 불법선거, 한미 FTA, 제주 강정마을 등을 집회 이유로 들고 있다. 단순히 검역중단만이 아닌 정치적인 요소를 목적으로 삼은 것이다.


국민의 공포심을 자극해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부에서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공포 분위기를 만들고 이를 지지세력 규합과 정권교체 분위기 조성 등에 이용하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중심에는 일부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 정치화된 시민단체가 자리잡고 있다.

광우병뿐만이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 FTA 등 쟁점사안의 뒤편에는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 대결을 넘어 대안 없는 정부 공격이 자리잡고 있다. 국민안전은 무엇보다 최우선되는 가치지만 지나친 공포심 조성은 오히려 국력을 훼손하고 국민 갈등만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거 없는 공포심 조성=박용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장(서울대 수의과대학 미생물학과 교수)은 1일 "세계적인 학회지를 통해 보면 이번에 미국에서 발생한 비정형 광우병은 전염성이 거의 없고 위험성도 없다"며 "없는 것을 갖고 자꾸 공포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각에서 광우병의 위험성을 줄기차게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본다. 실제 인터넷에는 "광우병 소는 수출용" "한국인은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식의 괴담이 떠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는 "지금의 분위기는 광우병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면 '국민을 팔아먹는다'는 말을 듣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공포심을 이용해 정권을 흔들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비슷하게 판단하고 있다. 민의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최금락 홍보수석은 최근 "광우병이 정치적 이슈까지 된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정치적 요소는 미국산이라는 것과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비판이 쏟아진다. 고리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이 터지자 환경단체들은 고리1호기와 관련해서는 압력용기 노후화로 비상 사태시 긴급 냉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내용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점검과 아레바사 등 국제적인 전문기관을 통해 문제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었다. 또 일부 단체는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자는 주장을 펴면서도 이에 따른 전기료 인상 등은 아예 언급하지 않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을 높일 현실적인 대책마련보다는 원전 사고가 나면 인근 주민 수백만명이 피해를 입을 수 있어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감정적인 얘기만 반복한다.

관련기사



FTA도 마찬가지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한미 FTA가 되면 서민경제가 파탄 날 것처럼 주장을 편다. 의료보험 체계가 붕괴돼 서민들은 진찰을 못 받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휘말려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한다. 보통 시민들의 공포심을 극도로 자극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ISD로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ISD 때문에 전기 값 책정 등 공공정책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말도 나돌았다. 한미 FTA에서 공공정책은 ISD 대상에서 제외했다.

물론 정부는 발생 가능성이 적더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는 대응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 상황은 특정 단체와 정치인들이 근거가 부족하거나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면 일부 언론에서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괴담이 돼 돌아다니고 있다.

◇국민안전 앞세우면 논리적 판단 무력화=공포심을 통해 정치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것은 이들 내용이 주로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이나 생명과 관련된 것은 국민들이 민감해하고 동요하기 쉽다. 그런데 광우병ㆍ원전ㆍFTA 등은 상당히 전문적인 부분이어서 전후 사정을 상당수 국민들이 알기가 어렵다. 국민 입장에서는 정형과 비정형 광우병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높은 수준의 법률과 통상지식을 요구하는 FTA 조항을 일일이 알 수 없다. 반대로 보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오해하기 쉽다는 얘기다.

특히 국민안전이라는 논리 앞에는 장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요소가 개입한다. 광우병 파동도 미국과의 위생조건 개정 등에 논의가 집중돼야 하는데 핵심이 흐려지고 있다.

물론 국민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부분까지 지불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예를 들어 전국의 모든 건물에 내진설계를 하면 좋겠지만 초고층 빌딩 등이 아니고서는 불필요한 비용이라는 얘기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일부에서 광우병 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