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겪은 사람들] 김규복 신보 이사장 (당시 재경원 금융정책과장) "정책금융 의존 中企이젠 못버텨" 2010년 보증규모 GDP 3.2~3.3%선으로 축소창업 보증제 등 도입…中企자생력 강화에 주력한계기업 자연스런 퇴출유도로 역동성 강화해야 대담:이용웅 경제부장 yyong@sed.co.kr 정리=최형욱기자 choihuk@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관련기사 김용환 "DJ '換亂극복' 선언 왜 서둘렀는지…" 김중수 "잠재성장률 저하 가볍게 봐선 안돼" 최종욱 "제역할 못한 정부·은행·기업 '합작품'" 유종근 "DJ불신에 美와 외채협상 제일 힘들어" 이규성 "위기는 올 수 있다. 문제는…" 이연수 "정부 '하이닉스 무조건 팔아라' 독려" 정덕구 "대선 휘말려 경제위기 올까 걱정" 위성복 "기업 사정 모른채 구조조정 밀어붙여" 손병두 "대우그룹 몰락, 정부도 책임있다" 김대송 "증권사 무분별 해외진출 리스크 크다" 이용득 "관치금융이 환란 부른 결정적 요인" 강봉균 "대우, 구조조정 빨랐으면 해체 안돼" 임창열 "환란 막을수 있었다" 비공개 사실 임창열 "'경제 괜찮다' 강변은 실수 되풀이" 전주성 "재정 흔들리면 위기 또 찾아올수도" 김규복 "정책금융 의존 中企 이젠 못버텨" "이제 중소기업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이다. 정부의 정책금융에 의지해 연명하던 중소기업은 더이상 시장에서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김규복(사진) 신용보증기금(KODITㆍ이하 코딧) 이사장은 "과거처럼 보호ㆍ육성 중심의 정책으로는 더이상 우리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에 따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선별ㆍ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더이상 신용보증제도 때문에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96~97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으로 예금자보호법 입안, 외환시장 자유화, 금리 자율화, 금융개혁법 등 우리 자본시장의 기본 골격을 짜는 실무역할을 맡았다. 김 이사장은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코딧도 큰 역할을 했다"면서 "위기극복을 넘어 이제는 새로운 보증상품 개발,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등을 통해 중소기업 전문 종합금융금융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가 있던 97년 재경원 금융정책과장으로 일했는데. ▦삼미ㆍ한보ㆍ기아 등 대기업들이 한달에 2~3개씩 무너졌다. 특히 기아차가 문제였다. 7월에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걸로 얘기됐는데 언론과 정치권이 이른바 '국민차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면서 사태가 꼬였다.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DJ)ㆍ이회창씨 등이 앞 다퉈 광주 소아리, 시흥 등 기아차 공장을 찾아갔다. 결국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때는 '한국의 아이아코카'를 누가 죽이느냐는 식으로 관료들을 몰아갔다. 기아차 처리가 100여일 늦어지면서 대한민국의 대외신인도가 걷잡을 수 없이 내려앉았다. -당시 정치권이나 언론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이는데. ▦대외적으로는 외환위기가 동남아에서 북상 중이었지만 행정부는 원군 하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정치인들이 대통령 후보들에게 줄서기에 급급하면서 국회가 공전됐다. 강경식 부총리, 김인호 경제수석,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 등의 합의하에 금융개혁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97년 6월이었는데 법안 통과를 놓고 재경원과 한은은 물론 언론사ㆍ정치권 등 온 나라가 사분오열됐다. -코딧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1년반이 돼가는데. ▦금융정책과장 시절 중소기업 지원업무도 맡았기 때문에 코딧 일이 낯설지는 않았다. 2005년 7월 취임해보니 보증잔액이 33조~34조원으로 97년 말의 11조원보다 3배나 늘어 있었다. "왜 이렇게 늘었냐"고 물었더니 "코딧이 아니었으면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변하더라. 당시 은행 보증도 대외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코딧이 거의 유일하게 보증기관 역할을 했다. -기업의 구조조정 지연과 정부에 대한 의존 심화 등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사장 취임 당시 신용보증 규모를 줄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와 확대된 보증규모가 시장경제를 왜곡한다는 연구기관의 발표 등이 잇따르면서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취임식도 생략하고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두달여의 작업 끝에 '희망 코딧(HOPE-KODIT) 2008' 비전을 수립했다. 조직, 인사, 예산, 재무, 성과 평가, 통합 리스크 관리 등 전사적인 혁신전략이었다. 우선 보증제도를 시장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재정자립 기반을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전사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기업형 창업보증 제도, 경쟁력 향상과 신용관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창업과 퇴출이 원활한 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하도록 했다. -중소기업 보증은 필요하지만 규모가 너무 큰 것 아닌가. ▦IMF는 이른 시간 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증규모를 외환위기 수준으로 줄이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급작스레 줄이면 우리 중소기업들이 감내할 수 없다. 단계적으로 매년 1조원가량씩 줄이고 GDP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오는 2010년에는 3.2~3.3%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또 취임 이후 과거 양적 공급에서 질적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증제도의 개혁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일반보증 잔액이 취임 당시 31조원에서 지난해 말 28조5,000억원으로 줄었다. -외환위기 이후 보증기관의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재정부담도 커지고 있는데.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실금액이 늘었지만 2004년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바뀌었다. 또 중소기업이 제도권 금융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일정 수준의 부실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정부 출연금도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리스크 관리를 통한 부실률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면서 보증 부실률이 취임 당시 6.1%에서 4.5%로 감소했다. 또 구상권 회수규모가 6,430억원에 이르면서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3,500억원의 흑자도 냈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은 됐지만 중소기업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있다. ▦중소기업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혁신형 기업 위주의 '선택과 집중'으로 시장친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부의 변화된 중소기업 정책과 발맞춰 코딧도 기업형 창업보증제도, 장기분할 해지보증, 경쟁력 향상 프로그램, 신용관리 프로그램 등을 도입했다.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되 한계기업은 자연스러운 퇴출을 유도함으로써 국가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코딧의 신용보증은 정부 재정운용의 기능을 일부 떠맡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데. ▦코딧은 신용 재창출 기능을 통해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가령 코딧의 지난해 기본재산은 3조7,190억원인데 운용배수 20배를 적용할 경우 산술적으로 74조3,800억원의 신용보증 공급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풀뿌리이자 고용창출의 보고인 점을 감안하면 코딧도 사회안전망 확충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보증제도는 외환위기나 각종 재해ㆍ재난 발생 때 이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가 창립 30주년이었는데 미래 비전과 경영전략은 무엇인가. ▦앞으로 '희망코딧 비전 2010'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보증 신상품을 지속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또 업무영역 다각화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원스톱으로 각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중소기업 전문 종합금융기관으로서 체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약력 ▦51년 경남 김해 ▦경기고, 서울대 법대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74년 행정고시(15회) ▦재무부 자금시장과장ㆍ특수금융과장 ▦재경원 증권제도과장ㆍ금융정책과장 ▦97년 재경원 국장 ▦98년 통계연수원 원장 ▦2002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2003년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2005년 신보 이사장 ● 信保의 '빛과 그림자' 98년이후 44조 신용보증 기업 연쇄 부도위기 막아 외환위기 극복 '일등공신' 중소기업 보증 부실 많아 누적 손실액 10조원 넘어 정부 재정부담 지적도 지난 2001년 3월 말 서울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이근영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등 10여명이 모여 부도위기에 몰린 현대건설 처리 방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그들은 결국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1조5,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재원. 은행권과 정부가 반반씩 부담하기로 했는데 정부 분담금 7,500억원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이때 대안으로 떠오른 게 신용보증기금(KODITㆍ이하 코딧)이 현대건설의 전환사채를 특별보증, 부족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이었다. 유태준 코딧 경영기획실장(당시 심사팀장)은 "자칫 회사 존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본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외부 비판도 많았다"며 "국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대의명분 사이에서 고심을 거듭하다 자정을 넘어 겨우 이사회를 통과했고 결국 현대건설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코딧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코딧은 98년 1월 부동산담보부보증을 16종의 특별보증을 새로 도입해 이후 4년 동안 약 44조원의 신용보증을 지원해 숱한 대기업과 중소기업ㆍ영세업체ㆍ자영업자 등을 부도위기에서 구했다. 2000년 7월에는 프라이머리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 같은 해 12월에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보증제도 등을 도입해 2001년 이른바 '회사채 대란'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2001년 1월19일부터 대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 도래하면서 또 한번의 기업 부도사태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 것. 이때 코딧은 각종 보증제도를 통해 9조8,000억원(회사채 발행금액 기준 17조3,000억원)을 신속하게 차환 처리 및 신규 발행하면서 금융시장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통해 하이닉스반도체ㆍ현대건설ㆍ현대유화ㆍ쌍용양회ㆍ성신양회 등 굵직한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벗어났다. 하지만 과거 이 같은 역할에 최근 코딧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공적인 성격 탓에 보증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를 정부 출연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코딧의 창립 이래 누적손실은 2004년 말 현재 10조6,336억원에 이른다. 또 경쟁력이 떨어진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에 의지해 연명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민간보증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앞으로는 혁신 주도형 중소기업을 선별, 집중 지원하는 한편 한계기업은 업종 전환이나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겠다는 게 코딧의 계획이다. 또 이르면 내년쯤 정부 출연금을 받지 않고도 이익을 내는 '중소기업전문 종합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3/15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