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쉰들러,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시사

"독과점 피하려 시장 점유율 최소화"… 적대적 M&A도 배제 못해


현대엘리베이터와 소송 분쟁을 벌이고 있는 쉰들러홀딩아게(Schindler Holding AG)의 알프레드 쉰들러(사진)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인수 의사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경우에 따라 쉰들러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쉰들러 회장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인수 초기 때부터 경영권 인수를 고려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쳤다. 쉰들러는 2003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고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다.


쉰들러 회장은 인터뷰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취득 이후 한국에서 엘리베이터 사업을 최소화해 유지해오고 있다"며 "이유는 한국 정부의 독점금지(antitrust)를 피하기(avoid)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고 계획된 플랜에 의해 시장 점유율을 최소화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쉰들러의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 점유율은 한자릿수 초반대로 통계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독과점을 피하기 위해 점유율을 최소화했다는 것은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시장에서 신규 설치기준으로 42.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쉰들러가 한국 시장에서 10%대 점유율을 확보하고 이런 상태에서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면 점유율이 50%를 넘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독과점 사업자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1개사 점유율이 50% 이상이면 독과점으로 분류돼 정부로부터 법적 규제 등 여러 행위 제한을 받게 된다.

독과점을 피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을 최소화했다는 의미는 인수 초기 때부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원 장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쉰들러 회장은 "우리는 적대적인(hostile) 회사"가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회사 매각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쉰들러의 적대적 M&A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쉰들러는 세계 2위 엘리베이터 업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신규 설치기준)은 한국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엘리베이터 시장 1위는 중국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중국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한국이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시 한국 시장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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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 (단위: %, 2012년)

(신규 설치 기준)

현대엘리베이터 42.1

오티스 16.6

티센크루프 15.7

기타 25.6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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