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가 오다가다] "관계 안 좋아질라…" 은행들 M&A때마다 '대기업 눈치'

“나 떨고 있니?” 은행들이 대형 인수합병(M&A)이 진행될 때마다 ‘대기업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 5월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포스코는 입찰을 전후해 은행들에 “관계가 상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 입찰에는 최종적으로 포스코와 롯데가 참여해 2파전을 펼쳤다. 당시 일부 은행은 롯데와 인수금융단을 구성해 포스코를 자극한 것이다. 은행권의 관계자는 “경쟁자 편에 서서 인수금융 제공 등을 하지 말아달라는 부탁 아닌 부탁이었다”며 “결국 포스코가 승리해 예금인출 등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에는 (은행 입장에서) 꽤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작년 초 대우조선해양 인수철회를 선언한 한화도 입찰에 참여할 때 은행들에 “그동안의 관계를 감안해서 일처리를 해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건설 주채권 은행인 외환은행에 대한 불만을 1조3,000억원 현금 인출로 드러냈다. 또 보란 듯이 1조원대의 자금을 각 시중은행에 분산 예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 은행들은 현대차가 외환은행에서 빼낸 자금과 직원들의 월급계좌를 유치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 대기업은 대규모 예금은 물론 외환 등 부수거래가 많아 매력적인 거래 대상이다.외환위기 때 은행들은 대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었지만 시대가 변한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요즘 대기업들의 경우 현금이 많고, 회사채 발행비용은 적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며 “(대기업들이) 예금과 외환거래 등을 이유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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