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유사들 '악몽같은 4분기'

원유·휘발유 가격 역전현상 해소안돼 공장 돌릴수록 손해<br>나프타도 벙커C유 보다 싸진 기현상에 실색


지난 10월 석유제품 수급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잔인한 4ㆍ4분기를 보내고 있다. 상압(단순) 정제마진은 최근 수년 내 최악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정제시설을 가동하면 할수록 손해가 쌓이고 있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18일 현재 두바이 원유의 배럴당 국제가격은 46.62달러인 데 비해 원유를 정제해서 나오는 휘발유는 배럴당 43.25달러로 6일부터 시작된 가격 역전현상이 전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더 심각하다. 18일 현재 배럴당 23.88달러로 벙커C유(34.48달러)보다도 가격이 낮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 정도이던 나프타가 고점 대비 4분의1 이상 폭락, 원유보다 싼 정도가 아니라 벙커C유보다도 싸게 거래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소비자 석유제품 수요와 산업용 제품 수요가 동시에 급감해 벌어졌다. S-OIL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불경기로 대표적인 소비자 제품인 휘발유, 산업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수요가 동시 급감하고 가격이 추락했다”면서 “지금의 시장상황은 정신을 차릴 수 없이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말했다. 석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원유보다 비싼 제품은 난방용 계절수요가 붙은 경유와 등유뿐”이라면서 “그나마도 원유보다 배럴당 20~25달러 차이밖에 나지 않아 나프타ㆍ벙커C유 등 다른 제품에서 발생하는 큰 폭의 역마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ㆍ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고도화설비도 예전 같은 효자노릇을 못하고 있다. 벙커C유와 경유의 가격 차이는 한때 70~80달러까지 가던 것이 지금은 20달러대 중반에 불과하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국 정유업체의 밀어내기 물량이 넘치는 것도 문제”라면서 “이번 분기는 상당한 시련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SK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인도 재계 1위 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 중동 산유국들이 벌이던 정유시설 증설이 끝나가고 있다”면서 “큰 폭의 수요 감소가 발생한 시장에 공급과잉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GS칼텍스의 한 관계자는 “깨져버린 수급밸런스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세계 실물경기 위축이 멈추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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