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2015 '테킬라 효과'


1994년 1월1일. 중국 정부는 시장경제를 명분으로 삼아 계획무역에 적용해온 환율을 공정환율로 통합하면서 위안화를 50%나 평가절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기습적으로 3.25%까지 올리며 금리 인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연준은 이후 한번에 0.75%포인트씩 인상하는 등 1년간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6.0%로 올려놓았다.


양대 강국의 동시다발적 정책변화는 곧바로 신흥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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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단꿈에 젖어 있던 멕시코는 2단계에 걸쳐 페소화 평가절하 조치를 실시해야 했다. 이른바 '성탄절의 악몽'이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다른 남미국가들도 연쇄적인 충격파에 휩싸이면서 '테킬라 효과(Tequila Effect)'라는 용어가 탄생하게 됐다. 테킬라는 멕시코인들이 즐겨 마시는 알코올 도수 40도의 독한 술인데 멕시코발 경제위기가 주변국으로 퍼져나간 도미노 현상을 일컫게 된다.

테킬라 효과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촉발된 태국 밧화 폭락사태는 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거쳐 결국 한국을 덮치고 말았다. 당시 아시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은 요인 중 하나는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습이었다. 1994년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이 세계 시장에 쏟아져나오면서 동남아 각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려야만 했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사흘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를 실시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중국이 본격적인 환율전쟁에 돌입한 것이라지만 주변 신흥국들은 이에 맞서기는커녕 온통 공포감에 휩싸여 있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올해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발생하는 '퍼펙트스톰'이 닥쳐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사란 돌고 도는 것인가.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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