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다시뛰자 한국기업] <1> 전자왕국의 부활

소니 UHD TV 1위 도약… 日업체 글로벌 시장 호시탐탐<br>고강도 구조조정·엔저 타고 시장 주도권 되찾기 본격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3'에 마련된 소니의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스마트폰 '엑스페리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소니코리아


소니는 지난 6월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3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3년 만에 1위에 올랐다. 부동의 1위였던 애플을 밀어낸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소니와 애플에 이어 일본 시장 점유율 3위에 그쳤다.

일본제 스마트폰의 반격, 그 주역은 소니가 모든 역량을 투입해 만든 전략 스마트폰 시리즈인 '엑스페리아Z'와 '엑스페리아A'였다.


소니의 진격이 더욱 두렵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동안 애플과 삼성전자에 밀려 스마트폰 시장에서 명함조차 못 내밀던 소니의 부활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이 무서운 기세로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 7위 업체인 소니는 이들 제품을 앞세워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전세계 3위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소니의 약진은 차세대 TV로 불리는 UHD(초고해상도) TV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UHD TV 시장에서 소니는 점유율 37.8%로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LG전자가 14.2%의 점유율로 2위에 올랐으며 삼성전자는 4%의 점유율로 7위에 그쳤다. UHD TV는 국내 전자업체들이 TV 시장의 침체를 만회할 회심의 카드로 여기는 신제품이지만 소니가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한 셈이다.

일본 전자 업계의 부활 조짐은 '맏형' 격인 소니에 국한되지 않는다.

19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ㆍ4분기(7~9월) 6,980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던 파나소닉은 올 2ㆍ4분기 615억엔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올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순이익 목표치도 기존 500억엔에서 1,000억엔으로 두 배나 높여 잡았다.

샤프 역시 올 상반기(4~9월) 영업이익 338억엔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로 돌아섰다. 도시바의 2ㆍ4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 늘어난 813억엔에 달했다.

이 같은 실적개선은 '아베노믹스'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며 수출채산성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달러당 엔화값이 1엔 오를 때마다 영업이익이 25억엔, 캐논은 92억엔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일본 전자업체의 부활을 단순히 엔저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는 힘들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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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전자왕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일본 전자업체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생산비용을 감축한 결과가 엔저와 맞물려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니는 미국 뉴욕 본사와 일본 도쿄에 있는 사옥을 매각하고 리튬이온전지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TV를 포함한 가전 사업과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파나소닉도 최근 스마트폰과 PDP TV 사업에서 철수하고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 인력을 내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샤프 역시 앞으로 3년간 직원 5,000여명을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송지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 전자산업은 최근 스마트폰과 TV에서의 부진을 벗어나 TV와 자동차 분야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모색하고 자동차, 의료, 에너지 솔루션 등 신규 중장기전략 분야를 선정해 매진하는 등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전자업체의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정부는 특히 TV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에 내준 주도권을 되찾아오기 위해 비장의 카드인 UHD TV 보급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은 당초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맞춰 준비하던 UHD 방송 도입 시기를 최근 2014년 브라질월드컵으로 2년이나 앞당겼다. 반면 우리나라의 UHD 상용화 시점은 2015년 하반기로 일본보다 1년가량 늦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예산 31억엔(354억여원)을 확보해 UHD 채널 운영에 필요한 콘텐츠 제작과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TV 시장의 패권 회복을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UHD 시장 활성화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대응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고위관계자도 "국내 업체들이 UHD TV 분야에서 소니 등 일본 업체보다 경쟁력이 있지만 일본은 UHD 콘텐츠 확보 등에서 정부 쪽과 발 빠르게 잘 협력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소니를 중심으로 일본 업체들이 반격에서 나선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불합리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는 상태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가격 상승으로 휴대폰 판매량이 감소하고 영업비밀 공개로 글로벌 경쟁력이 훼손되며 해외 업체와의 역차별도 우려된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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