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쇄신방향을 놓고 내홍을 겪는 가운데 친박근혜계가 '여당 내 야당'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밀어붙이기 입법 속도전에 급제동이 걸렸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재보선 참패에서 나타났듯 정부가 국민의 뜻을 외면한 채 무리한 속도전을 펼쳐 국민적 반감을 샀다"면서 "박 전 대표는 앞으로 당론보다는 국민통합을 염두에 둔 독자적 정치행보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당장 오는 6월 임시국회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싸고 야권의 반대보다 여권 내부의 반발에 먼저 직면할 수도 있어 입법 속도전이 흔들릴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 '여당 내 야당' 노선 가속화=친박계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 무산을 계기로 '여당 내 야당'으로서의 단일대오를 정비할 명분 쌓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여당 내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본격 나서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여야 간 치열한 입법전쟁이 관측되는 6월 임시국회에서도 표면적으로 쟁점법안 처리에 최대한 협조하되 국민여론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도록 원내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의 한 재선의원은 "이제는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은 법안에 대해 자체 의견수렴을 거쳐 일부 수정을 요구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친박 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입법 속도전 '제동' 불가피=친박계의 독자노선 행보가 시작되면서 청와대 고민이 커졌다. 야권의 반대보다 여권의 내부균열을 먼저 수습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박 전 대표를 버릴 수도 없는 처지다.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정운영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 내에서도 지난해 9월 정부로서는 한시가 시급했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을 때 친박계 의원 상당수가 불참했었다. 친이계 직계인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의 독자행보가 가속화되면 결국 한 집안 두 집 살림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특히 친박계가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입법 속도전에 반대 입장이라 제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쇄신특위, 당 화합 도출할지는 미지수=한나라당 쇄신특별위원회가 13일 공식 출범,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착수했다. 친이계 7명과 친박계 4명, 소장파 4명 등 계파 안배를 통해 총 15명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쇄신 방향을 놓고 친이계와 친박계 간 이견이 분출되면서 삐걱거렸다.
친이계 중진인 이윤성 부회장은 "당정관계도 그렇고 당헌 당규도 그렇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면서 지도부 교체론의 가능성을 남겨둔 반면 친박계 중진인 4선의 이경재 의원은 "이번에 지도부를 바꿔야 한다는 논의는 필요 없다"며 현 지도체제 교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