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득소실(大得小失)이 아닌 대득무실(大得無失)’.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거는 우리 국민 모두의 바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이제 3차 협상을 마치고 본격적인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미 FTA를 바라보는 여러 가지 상반된 시각과 논쟁 열기와 달리 산업단지 현장의 분위기는 절박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지역주의를 근간으로 한 국가간 FTA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지난 9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약 120건 이상의 FTA가 체결되고, 오늘날 전세계 교역량의 50% 이상이 FTA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시대 흐름이 수출산업의 요충지로 자리매김해온 산업단지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美 시장, 中小수출업체에 호재
우리 경제는 60년대 이후 수출중심의 발전전략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뤘고, 그 중심에는 제조업의 집적지인 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디지털(옛 구로)ㆍ구미ㆍ창원 등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수출산업의 전초기지’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기업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혁신클러스터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핀란드 울루의 경우처럼 단순 제조업 산업단지가 생산기능 중심에서 R&D 및 기술개발 중심의 혁신주도형 수출전초기지로 탈바꿈해 다시금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의 51%를 차지하는 산업단지가 혁신적인 체질개선 없이는 세계와 경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적 추세인 혁신클러스터화가 필수불가결한 생존전략이 된 셈이다.
그래서 수출산업의 터전인 산업단지의 경우 이번 한미 FTA 협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체결 여부에 따라 향후 경제에 미치는 실익 규모와 효과가 좌우된다는 점에서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조속히 타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전세계 GDP의 29%와 수입의 19%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은 분명 중소 수출업체들에는 호재이기 때문이다.
첫째, 한미 FTA는 산업단지에 ‘신(新) 르네상스’를 가져다줄 수 있다. 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업체들은 우리나라 제조업 수출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업종 위주로 이뤄져 관세철폐를 통해 안정적인 시장확보가 가능해져 IT와 자동차ㆍ철강 등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대목이다. 나아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경기 활성화가 진행돼 우리 경제가 활력을 다시 되찾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새로운 부활이다. 수년 전부터 의류와 섬유ㆍ신발 등 가격경쟁력이 약화된 업종들의 해외이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FTA를 통해 값싼 미국산 원부자재를 이용하고 수출주도형으로 기업구조를 개선해 대처하며, 혁신클러스터와 같은 협업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확보, 중국과 동남아로부터 다시 미국 시장을 되찾을 수 있다.
셋째, 첨단 부품소재 산업의 획기적 발전을 이뤄낼 좋은 기회다. 핵심 부품소재 및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고 우리나라도 많은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반월ㆍ시화, 남동산업단지와 같이 부품소재 기업이 밀집한 중소기업단지들은 선진기술을 보유한 미국과의 기술협력ㆍ연계를 통해 조기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속체결로 경쟁력 강화 기여를
마지막으로 산업단지의 재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활발히 추진 중인 ‘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사업’은 FTA가 체결되면 실리콘밸리 등 미국의 선진 혁신주체들과도 교류협력의 폭을 넓혀 이중ㆍ삼중의 혁신역량을 키울 수 있다. 기업 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산업단지의 혁신역량 또한 증가해 혁신클러스터 구축도 앞당겨질 수 있다.
산업단지에 새로운 기회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미 FTA. 양국간의 조속한 체결로 기술과 투자협력 강화를 통해 산업단지의 생산효율 향상과 함께 인력 및 정보교류 활성화 등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