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력에 표시된 빨간 날은 아니지만 쉬는 날이다. 신난다. 금요일이나 월요일이 빨간 날이 되면 연휴가 돼 즐겁고, 수요일이 쉬는 날이면 주중에 한숨 돌릴 수 있어서 기쁘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쉬는 날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일이다. 정치가 지긋지긋해도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 막강하기에, 대통령의 손에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기에, 투표장에 꼭 가야 한다.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똑같은 왕조 시대에 살았어도 어느 왕 시절에 살았는지에 따라 민초들의 삶이 다르지 않은가. 또 똑같은 시대를 살아도 어느 나라에 사는지에 따라 삶의 수준이 다르지 않는가.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분단의 세월 동안 남한과 북한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일방적으로 정해진 지도자를 따르는지 우리 손으로 뽑은 지도자가 국가를 운영하는지의 차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투표권을 갖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선거민주주의의 상징인 미국도 실질적인 여성 투표권이 생긴 지는 100년, 그리고 실질적인 흑인의 투표권이 생긴 지는 5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없을 때 그 절실함을 느낄 수 있다.
혹시 정말 뽑을 사람이 없는가. 그렇다면 차선을 선택하길 바란다. 그것도 싫다면 투표에 참여해 기권표를 던지기를 바란다. 참여하지 않는 기권표는 정치권의 오만을 불러일으킨다. 정치무관심층은 정치인도 무시한다.
혹시 누가 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가. 위험한 발상이다. 누가 되는지에 따라 군인이 득세하기도 하고 특정세력이 득세하기도 한다. 세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도 하고 매년 교육방식이 바뀌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바뀐다.
‘내가 안 해도 결과가 뻔하다’라는 생각. 틀렸다. 한 표가 운명을 가른다. 1776년 미국은 단 한 표 차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국어로 채택했고, 1875년 프랑스는 단 한 표 차로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바뀌는 새 역사를 시작하게 됐고, 1923년 아돌프 히틀러는 단 한 표 때문에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은 나치를 장악하게 됐다. 한 사람의 역할. 그것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것이다.
투표에 꼭 참여하시고 기분좋게 쉬시길 바라며 4행시. ‘투’쟁할 수도 있고, ‘표’절하듯 따라만 할 수도 있고, ‘참’새처럼 재잘거리기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진짜 권리는 투표해서 내 손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