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11일 "WHO의 담뱃세 인상 권고를 받아들여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으로서 담뱃세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우선 올해 국회를 설득하고 이르면 내년 초 담뱃세 인상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추진하는 일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WHO는 지난달 31일 2014년 세계 금연의 날 주제로 '담뱃세 인상'을 채택하고 한국 등 FCTC 당사국들에 담뱃세 50% 인상을 촉구했다. 모든 국가가 담뱃세를 50% 인상하면 3년 내에 세계 흡연자가 4,900만명 줄어들고 흡연에 따른 사망자도 1,100만명 감소할 것으로 WHO는 전망했다.
WHO의 권고를 따를 경우 2,500원짜리 담배 기준으로 현재 한 갑에 1,549원인 담뱃세는 750~800원 정도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 유통마진과 제조원가 등을 더할 경우 현재 2,500원짜리 담배의 최종 소비자가격은 3,250~3,300원 수준으로 오른다. 현재 국내 일반 담배의 가격(2,500원)은 △유통마진과 제조원가 950원(39%) △담배소비세 641원(25.6%) △국민건강증진부담금 354원(14.2%) △지방교육세 320원(12.8%) △부가가치세 227원(9.1%) △폐기물부담금 7원(0.3%)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임 국장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물가는 올랐지만 담뱃세는 인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복지부가 목표로 삼고 있는 담뱃세 인상률이 50%보다 높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도 지난해 11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담뱃값은 6,199원이 적절하며 임기 내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FCTC도 복지부의 담뱃세 인상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FCTC 제6조는 담뱃세가 최종 소비자가격의 70%를 차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담배값(2,500원)에서 세금(1,549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62% 수준이다. FCTC 권고 수치를 맞추려면 담뱃세를 높이거나 최종 소비자가격을 낮춰야 하지만 지금의 담배 가격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소비자가격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구상대로 담뱃세가 인상될지는 미지수다. 물가상승을 우려하는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와의 협의가 불가피한데다 담뱃세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임 국장은 "기재부 내에서도 국ㆍ과마다 담뱃세 인상에 대해 찬반 입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담배값 인상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며 "안전행정부 등은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고 있고 정부 안에서도 큰 이견은 없지 않나 생각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복지부는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세계 금연의 날' 국내 기념식을 열면서 담뱃세 인상 등을 주제로 심포지엄도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