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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김근우 작가, 하반신 장애 딛고 11회 세계문학상 수상
“열여섯 살부터 19년간 써온 글쓰기에서 인정받았다는 게 굉장히 기쁩니다. 단 몇 줄만 읽어도 알 수 있는 나만의 특색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장르든 본격문학이든 기회가 닿으면 형식과 장르 상관없이 쓰고 싶은 주제를 쓸 계획입니다.”
장편소설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로 제11회 세계문학상을 받은 김근우(35·사진) 작가는 “아직도 꿈인 듯 얼떨떨하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소설은 서울 변두리의 불광천을 중심으로 빈털터리 삼류작가와 주식투자로 망한 여자, 아버지보다 돈이 좋은 꼬마 이렇게 세 사람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끼던 고양이를 오리에게 잃은 노인이 이들에게 현상금을 걸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심사에 참여한 박범신 소설가는 “소박하지만 진실하고 볼륨이 두껍지 않지만 내밀하다. 신인 작가가 빠지기 쉬운 과장과 감상과 발언의 오버가 없다.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에서 가짜와 진짜의 문제를 이만큼 진실하게 다루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는 열여섯 살이던 1996년 PC통신을 통해 선보인 ‘바람의 마도사’로 잘 알려진 판타지소설 작가다.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 신경계에 이상이 있었던 그는 여러 차례 수술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결국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현재까지도 목발 없이는 걸을 수 없는 그는 주로 책과 TV를 통해 세상을 만났다. 오죽하면 꼭 가보고 싶은 두 곳이 대표적인 국내 관광지 경주와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일 정도.
그런 그의 소설이 책으로도 출간돼 10만 부 가까이 팔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인세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출판사 사장이 고의부도를 내고 도망간 탓. 부친이 아파트 경비, 어머니가 백화점 청소 일을 할 정도로 넉넉지 않은 살림에 절망감이 컸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장르소설로는 전자책을 포함 이미 6종 30여 권을 선보였다. 그리고 3년 전부터는 문학상을 목표로 본격적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어쨌거나 성공을 거둔 장르문학에서 굳이 본격문학으로 넘어온 이유는 뭘까. 이유는 작품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작품 속 주인공 중 하나인 삼류작가의 입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진짜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문학 언저리에서 노니는 사람들일수록 장르소설 따위는 숫제 소설의 범주에도 들어갈 수 없는 잡문인지라 논할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무슨 소리를 지껄이든 글을 잘 쓰지 못하면 몽땅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작가란 말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글로 말하는 사람이니까.”(p45)
그렇게 문학상을 탔으니 남들이 말하는 ‘진짜 소설’에 확실히 한 걸음 다가섰다. 그럼 본인 기준의 ‘진짜’에도 근접했을까. 그는 “이제 첫 걸음을 뗀 정도”라며 말을 아꼈다. 대신 장르와 본격문학 사이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언어를 다루는 방식, 그러니까 문장력인 것 같아요. 장르는 이야기와 재미가 중요하니, 크게 문장력을 따지지 않습니다. 그 문장을 갖추려고 고생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