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전 노렸는데… 처참한 변호사들
새내기 변호사들의 서글픈 자화상사법고시 수료생 외에 로스쿨 출신 쏟아지자 직장 못구해 알바까지곧장 개업하기도 부담 실무재교육에 몰리기도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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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사법연수원 수료생 외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까지 법률시장에 쏟아져나오면서 새내기 변호사들의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나 로펌, 일반 기업체 등에 자리를 잡지 못한 새내기 변호사들은 생계를 위해 소송 서류를 작성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로스쿨 1기 졸업생들이 지난해 처음으로 법률시장에 들어온 후 변호사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취업난이 심화되자 새내기 변호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실무 재교육을 받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서면 알바'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법률시장에 새로 등장한 변호사 수는 사법연수원 수료생 1,030명과 로스쿨 졸업생 1,361명 등 2,391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 사법연수원 수료생(970명)에 비해 1,421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법률시장에 나오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취업난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사법연수원 수료자와 로스쿨 졸업자 가운데 180명이 한 해가 다 가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취업을 못한 변호사들은 곧장 단독 개업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이 때문에 서울변호사협회 등에서 실시하는 실무교육에도 지원자가 쇄도하고 있다.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어차피 개업을 해야 한다면 우선 실무라도 확실히 익혀두자는 계산이다. 실제로 서울지방변호사협회가 지난해 10월22일부터 두 달간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무료로 실시한 재교육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 드는 바람에 수강인원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려야 했다.
특히 취업을 못한 일부 새내기 변호사들은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면 알바'까지 하는 실정이다. 서면 알바란 소송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소장을 작성해주는 업무를 임시직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를 말한다. 자신의 이름이 소장에 올라가지는 않고 대신 서류 작성 대가로 건당 3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도 공익법무관들이 여유 시간을 활용해 용돈벌이로 서면 알바를 하고는 했었다. 사건 수에 따라 많게는 한 달에 200만원 이상을 벌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면 알바가 더 이상 용돈벌이가 아닌 생계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출산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구직을 못한 여성변호사들이 서면 알바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법조계도 불황에 시달리면서 재취업을 원하는 변호사들에게 400만원 이상의 월급을 주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소장 업무를 직접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서면 알바를 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