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메모리 내장 만년필·LCD 2개인 노트북등 선봬<br>미래형 산업디자인 전문가 양성 '결실'<br>화장지 케이스등 일상적 아이디어 활용 제품도 눈길<br>산학협력 수업 통해 당장 현업 투입 가능한 실력 갖춰
| 삼성아트&디자인인스티튜트의 한 졸업 예정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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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아무 곳에나 대고 메모를 하면 자동으로 만년필에 내장된 플래시메모리에 필기내용이 저장되고 블루투스로 인터넷에 정보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잉크가 들어 있어 직접 종이에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순간순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최고의 제품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 11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삼성아트&디자인인스티튜트(SADI)’ 1층 전시실. 이 전시실에서는 삼성전자가 만든 디자인학교인 SADI의 제1회 프로덕트디자인(PD) 졸업생 작품발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작품 발표회에서 ‘올해의 학생’으로 뽑힌 남정균씨는 자신이 디자인한 미래형 만년필의 타깃 구매층과 기능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 디자인 컨셉을 세계적 필기구 회사인 몽블랑사에 직접 들고가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제품설명을 들은 정국현 삼성전자 디지인경영센터 전무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꼭 제안해 보라“며 남씨를 격려했다.
SADI는 내년 초 1기 프로덕트디자인 졸업생을 배출한다. 지난 2005년 처음 문을 연 SADI의 PD과정은 철저하게 실습 위주의 강도 높은 교육이 진행돼 왔다. 입학 당시 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18명 가운데 8명이 중도에 탈락했다는 사실이 그 동안의 교육 강도를 짐작케 한다.
이날 발표회장에서는 졸업 예정자 10명이 지난 3년간 흘린 땀방울과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내놓은 작품을 설명하는 학생들의 눈빛에서 공대, 미대, 경영대 등 다양한 전공을 마친 뒤 지난 3년간 산업디자인 전문가로 거듭났다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 삼성테크윈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미래형 디자인 개발 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당장 현업에 투입돼도 업무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2학년 재학중에 세계 3대 디지인 공모전인 독일 레드닷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했던 박상현씨는 소규모 개인사업자인 소호(SOHO)들을 겨냥한 노트북 컴퓨터를 선보였다.
분리 가능한 2개의 LCD 창을 갖춘 이 제품은 마주 앉은 고객에게 대형 화면을 통해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할 수 있으면서도 데스크톱을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다.
박씨는 “지금까지 컴퓨터 사용 환경과는 전혀 다른 소호환경에 최적화된 컴퓨터를 제안하고 싶었다”며 제품을 내놓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제품은 고급 서류가방을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누구라도 한번쯤 손에 들고 싶은 유혹이 들게 했다.
남성규씨가 디자인한 데스크톱 컴퓨터는 엔터테인먼트를 중시하는 2030세대를 겨냥, 홈시어터와 연결해 다양한 콘텐츠를 대화면으로 즐길 수 있으면서도 공간을 절약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고영인씨가 제안한 프로젝터는 삼각형 디자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2차전지가 내장돼 있어서 이동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군더더기 없는 간편한 작동법과 책 한권 크기의 사이즈는 전자제품 디자인의 주요 트렌드인 미니멀리즘 경향을 잘 읽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함께 선보인 남정균씨의 홈시어터는 영상 스크린에 스피커를 내장, 디자인 뿐 아니라 물류비 절약에도 신경을 쓴 점이 눈길을 끌었다.
삼성테크윈과 함께 개발한 미래형 디지털카메라 ‘포토 다이어리’는 카메라가 더 이상 특정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기능에서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디지털 카메라에 필기인식 기능을 갖춰 언제 어디서라도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관할 수 있는데다 집안에서는 디지털 액자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3개월이 넘게 디지털카메라를 주로 사용하는 1020세대들을 심층 면접하고 이들의 사용법을 면밀하게 관찰해 제품의 디자인컨셉과 개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혀 현업 종사자들 못지 않은 철저한 사용자 조사에 기반하고 있다.
첨단 전자제품 외에도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고영인, 남성규씨가 선보인 뽑아 쓰는 티슈형 화장지 케이스는 환경보호에 초점을 두고 개발됐다. 이 제품은 골판지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재질의 재활용 종이 케이스 옆면에 나무 모양으로 내부가 보이게 해 휴지를 사용할 때마다 얼마나 자원을 소비하고 있는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컨셉이 돋보였다.
휴지가 나오는 입구도 기존의 비닐 대신 종이로 만들어 무분별한 종이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다양한 생물종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편안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캐링 케이스나 작은 아이디어로 녹차의 맛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전시장을 둘러본 원대연 SADI 학장은 “지난 2003년부터 정보기술(IT)과 디자인 등을 결합한 학과개설을 처음으로 준비해 왔다”며 “전시회를 둘러보니 우수한 디자인 인재 양성이라는 목표에 성큼 다가가고 있음을 실감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국현 전무도 “학생들의 실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느낌”이라며 “앞으로도 항상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달라”고 격려했다.
박영춘 PD학과장은 “1기생들은 내년초 졸업을 앞두고 이미 주요 전자업체 및 디자인업체들로부터 취업제안을 받고 있다”며 “학생들 모두 원하는 곳으로 취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