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하철 좌석 '가장자리 선호' 왜?

심리학 교수들 "독립성·자기 영역확보 동물적 욕구"<br>"농경문화권서 유목문화권보다 영역인식 더 뚜렷"

사람들은 왜 지하철 좌석에 앉을 때 가장자리부터 앉을까. 한적한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 보면 지하철 의자의 중간은 텅 비어 있는 반면 출입문 바로 옆 양쪽 가장 자리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앉아 있다. 가운데 앉아 있다가도 가장 자리가 비면 그 쪽으로 옮겨 앉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지하철을 탈 때 왜 가장자리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현상은 유독 한국에서만 있는 것일까.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밀집된(crowded) 상황보다 그렇지 않은 상황을 더 좋아하기 때문으로 가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양 끝 자리는 다른 한 사람과 맞닿아 있지만 중간은 두 사람과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피하려고 가장 자리를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도 "중간에 앉을 경우 독립성은 양쪽의 사람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좁은 지하철 내에서 조금이나마 자신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동물적 욕구의 분출이란 설명도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속성이 있다. 어떤 공간이든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동물들이 대개 배설물이나 냄새로 영역을 확인하는 것처럼 인간은 철조망이나 울타리를 친다" 면서 "지하철에서는 칸막이를 나눌 수 없는 만큼 이미 한쪽이 막혀 있는 끝자리가 나의 영역 표시를 쉽게 하고 경계를 분명히 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송도영 한양대 인류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지하철 가장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분석을 내놨다. 그의 저서 '인류학자 송도영의 서울읽기'에서 송 교수는 "지하철이라는 가장 공적인 영역에서 취침 등과 같은 가장 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지하철의 창 밖은 캄캄한 밤이며 타인은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철저한 익명, 즉 벽과 같은 존재"라면서 "가장 자리는 그들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시선을 피하면서 편안하게 취침 등과 같은 사적 행위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이 유독 국내에 한정된 것인지 학술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하지만 문화권에 따라 공간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학계의 정설인 만큼 그럴 개연성은 충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황상민 교수는 "농경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은 영역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반면 유목민들은 덜 할 수 있다"면서 "서양의 지하철에서도 우리와 같은 현상이 발견되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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