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은퇴 이민·은둔형 외톨이·지하방… 고독한 이방인의 삶 무대에

'잠 못 드는…' '굴레방다리…' 연극 2편 공연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 사회에서 부닥치는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진지하게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을 것이다. 이방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연극을 통해 한 해의 끝자락에서 올 한 해의 삶을 되짚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29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에서 선보이는 '잠 못 드는 밤은 없다'는 일본인들이 모여 사는 말레이시아의 어느 리조트가 배경이다. 은퇴 이민을 떠나온 중장년 부부들은 몸은 편안하지만 권태로운 삶을 이어간다. 독서와 뉴스 시청으로 소일하는 조기 퇴직 이민자, 아이를 못 낳는 여성,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청년, 은퇴 후 낭만적인 삶을 꿈꾸며 리조트 답사를 위해 잠시 들른 부부, 이혼 기념으로 여행 온 부부 등 등장 인물도 각양각색이다. 이들의 일상은 비슷하다. 독서, 골프, 수영, 테니스 등을 즐기고 일본 뉴스를 보고 걱정도 한다. 공간만 옮겨왔을 뿐 이들의 삶은 일본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화 방식으로 진행되는 극에는 특별한 사건조차 일어나지 않는다. 자연히 클라이맥스가 없다. 히키코모리, 이지메 등 저마다 상처를 안은 등장 인물들을 통해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낼 뿐이다. 전체의 줄기가 단순하기에 일상의 모순과 고독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극작가 겸 연출가인 히라타 오리자는 일상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았으며 묵직한 선을 자랑하는 박근형 연출은 그의 희곡에 한국적 정서를 접목했다. 다음달 8~31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는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굴레방다리의 소극'을 선보인다. 아일랜드 극작가 엔다 월쉬의 작품으로 200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프린지 퍼스트 어워드'를 수상한 '월워스의 소극(The Walworth Farce)'을 각색, 무대를 런던의 월워스에서 북아현동 굴레방다리로 옮겨왔다. 배경은 굴레방다리의 초라한 지하방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아파트에 아버지와 한 살 터울인 두 아들이 살고 있다. 아버지는 서울로 오기 전 고향에서 자신이 저질렀던 할머니 살해 사건을 감춘 채 그 상황을 위장해 꾸며낸 이야기를 소재로 연극을 만든다. '극중극' 형태로 펼쳐지는 작품 속에서 은둔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서울이란 낯선 공간에서 철저한 이방인이다. 매일 아침 둘째 아들이 마트에서 연극에 쓰일 소품(식료품)을 사오면 이들은 먹고, 마시고, 부수고, 죽이고, 도망치는 연극을 시작한다.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두 아들은 엄마와 삼촌 내외, 어린 시절의 자신 등 다양한 역할들을 연기한다. 큰 아들은 아버지의 독재와 심한 대우, 동생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며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고 둘째 아들은 자유와 바깥 세계에 대한 염원을 부르짖는다. 임도완 연출은 "섬처럼 고립된 공간에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주인공들이 스스로의 삶을 복원하는 '극중극'을 통해 현실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가식과 허울, 폭력이 인간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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