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영동 산천어, 영서 열목어


열목어와 산천어. 이름 만큼이나 생김새도 예쁜 토종어류이자 심산유곡 계류의 최상위 포식자들이다. 사시사철 수온이 낮고 용존산소량이 풍부한 1급수에 서식해 환경지표종으로 불린다. 같은 연어목 연어과 어류라 얼핏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생김새가 확연히 구분된다. 길고 커다란 반점(파마크)이 선명한 게 산천어다.


△족보를 따져보면 근본은 더 다르다. 산천어는 태고부터 영동 계류에 서식했다. 동해로 흐르는 강릉 연곡천과 양양 남대천 등이 주산지다. 반면 열목어는 한강과 낙동강 수계의 최상류 영서계류에 살았다. 고령준봉이 물길을 갈라놓은 결과 태백산백 동쪽과 서쪽 계류의 생태계를 판이하게 바꿔놓은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손을 타면서 도무지 만날 수 없는 두 물고기가 한 곳에서 목격된다. 동강 지천인 동남천과 내린천, 연곡천 등이 그런 곳이다. 토종 어류의 종을 보전하자며 이곳저곳 마구 방류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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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의 생태는 미스터리다. 산천어는 토종 송어가 바다로 가지 않고 육봉(陸封)화한 고유어종이다. 수산천어는 늦가을 암송어를 만나 짝을 이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송어는 바다로 갔다 산란 때 돌아오는 산천어가 아니라 식용으로 미국에서 수입한 무지개 송어다. 회유성 토종 송어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 오염과 물길이 보로 막힌 탓이다. 토종 송어가 자취를 감췄으니 짝을 만나지 못한 토종 산천어의 명맥이 끊겼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산 산천어와 그 잡종이 토종을 대신하고 있다는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CNN이 불가사의라고 전했던 화천 산천어 축제가 4일부터 열린다. 단 20여일 동안 관광객 100만명을 유치한 아이디어가 놀랍기만 하다. 북한강계 최상류인 화천은 산천어의 고향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화천군은 산천어 왜색 논란이 일자 몇 년 전부터 엄격한 품질(?)관리에 나서고 있다. 때마침 축제기간 중 산천어 종 복원을 위한 국제학술대회도 연다고 한다. 축제의 주무대 라면 토종 산천어 복원과 생태 파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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