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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 열올리는 국내건설업체 '불량 MOU' 남발

체결만 해놓고 사업진척은 아예 없어<br>홍보위해 '아니면 말고' 발표도 많아<br>액면만 믿고 투자했다간 낭패 볼수도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추진 여부가 불분명한 양해각서(MOU)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MOU만 체결해놓고 사업 진척이 아예 없거나 홍보나 주가 띄우기 등의 수단으로 ‘아니면 말고’식의 해외사업 MOU가 남발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사업의 경우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접근의 한계로 MOU를 액면 그대로 믿고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사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불량 MOU’도 늘고 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시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각각 40억여달러 규모의 신도시개발 MOU와 사업 참여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A건설업체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프로젝트 무산에 관한 경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 본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사업에 대해 해당 국가의 동의 없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해당 국가로부터) 언론플레이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오만정부와 200억달러 규모의 신도시개발 MOU 체결이 임박했다고 보도된 바 있던 B업체의 경우도 ‘오만 프로젝트 무산’ 시각이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해당 업체에서는 “오만 프로젝트가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이 프로젝트에 관한 기사가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는 반응이다. B업체의 한 관계자는 “언론 보도상으로는 2월 말께 오만정부와 MOU를 체결하고 상반기 중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MOU 체결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오만정부가 2월 언론보도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는 있으나 이 프로젝트에 대해 오만정부와 계속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C건설업체는 지난해부터 “실체도 없는 MOU 체결을 대대적으로 보도해 주가 띄우기 및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구설에 오른 상태. 이 건설업체는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국영건설업체와 손잡고 200억달러 규모의 도심재개발 사업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건설업체의 주가는 MOU 체결 공시 4일 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4,870원이던 주가가 3만2,650원까지 오르며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본부로부터 이상급등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MOU 체결 당시 본계약 및 개발사업 착공이 곧 임박한 것처럼 발표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깜깜무소식이다. C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한국에 있는) 본사에서는 두바이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며 “두바이에 있는 지사에서 모든 것을 알아서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본계약 체결 및 착공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해외사업에 뛰어들어 MOU를 체결하고 있다”며 “하지만 MOU는 어디까지나 ‘구두약속’에 지나지 않아 강제력이 없고 이것을 해당 업체의 실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사실 확인이 어려운 해외사업의 특성을 이용해 MOU 체결을 공수표처럼 남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MOU 체결과 본계약 체결을 확실히 구분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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