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을 감시하고 조언하기 위해 존재한다. 퇴직한 판검사나 세무공무원들이 이런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자리를 꿰차는 이유는 간단하다. 뿌리깊은 전관예우 관행을 이용해 관련기관에서 근무하는 후배나 지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저축은행 사태 당시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대거 감사로 재직했던 이유와 똑같다. 사외이사보다 로비스트로 불리는 것이 더 어울리는 존재들이다.
기업 탓만 할 수는 없다. 갑을(甲乙)법, 일감 몰아주기 규제, 통상임금과 같은 경제민주화 관련조치들이 정부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면서 기업하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어졌다. 지금 퍼붓는 소나기를 어떻게든 피할 수 있는 묘책이 절실했을 터다. 경영진의 전횡 방지와 조언이라는 당위성보다는 로비력이 사외이사의 조건으로 부상한 것도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기업의 감시자를 되레 방패막이로 이용하려는 시도가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체 사외이사의 약 90%를 공직자로 채우는 기업까지 등장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곰곰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환경이 어려워지면 우리 사회와 경제의 건전성이 어느 정도 악영향을 받고 얼마나 손실을 입는지 깨달아야 한다. 사외이사가 로비스트로 변질되는 곳에서는 창조경제도 국민행복도 존재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