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헷갈리는 쉰들러의 '신뢰론'

알프레드 쉰들러 쉰들러홀딩AG 회장은 7일(한국시간) 저녁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전화 컨퍼런스에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은 없다"고 선언했다.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쉰들러 회장은 이유를 '신뢰'라고 밝혔다. 그는 "매각 주체나 노조 등 구성원들이 호의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목표는 명성과 신뢰를 지키는 것"이라는 철학을 덧붙였다.


사실 쉰들러 회장의 선언을 떠나 쉰들러홀딩스는 이미 지분대결을 통한 방식으로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인수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현정은 현대 회장과 계열사, 우리사주까지 합치면 현대 측 우호지분은 48.58%다. 30.93%의 쉰들러가 약 18%인 시중 지분 전부를 인수해야만 표 대결이 가능하다.

그나마 이번 유상증자가 끝나면 현대 측 우호지분은 50%를 넘게 돼 쉰들러가 유동지분을 모두 사들여도 적대적 M&A는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신뢰 때문에 하지 않겠다'고 계속 반복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쉰들러 회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신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출구전략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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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지분매각도 검토한다는 그는 "쉰들러가 떠나면 주가하락으로 남은 주주와 현대엘리베이터 직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비즈니스맨으로서 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철학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대엘리베이터 노조는 쉰들러 측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쟁의까지 열며 적대적이든 아니든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쉰들러 측은 이미 현대 노조의 신뢰와 호감을 잃은 모습이다.

쉰들러 회장은 그럼에도 컨퍼런스 내내 중장기적인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구성원의 호의를 위해 적대적 M&A는 피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끈기 있게 M&A를 추진하겠는 모습은 어쩐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쉰들러 회장은 컨퍼런스 초반 한국이 세계 4대 엘리베이터시장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쉰들러에게는 신뢰가 우선일까, 사업성이 우선일까. 컨퍼런스는 끝났지만 한국의 투자자들은 아직 헷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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