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새로운 리더, 새로운 대한민국] 7.성장·분배 도그마 벗어나야

일자리 창출·중산층 복원이 '최고의 복지'


7.성장·분배 도그마 벗어나야 [새로운 리더, 새로운 대한민국] 일자리 창출·중산층 복원이 '최고의 복지'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관련기사 • 대수술 시급한 복지정책 지난해 초 우리 사회는 ‘성장-분배’ 논쟁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논쟁은 청와대 브리핑이 10회에 걸쳐 ‘압축성장의 열매를 20%만 향유하고 나머지 80%는 절망하고 있다’는 요지의 ‘양극화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당시 한나라당이나 보수 성향 단체들은 “청와대가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바람몰이를 하려는 의도”라고 맹공격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이분법적 구도의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정치권이 ‘성장-분배’ 문제를 자신들의 지지자를 동원하기 위한 정치적 용어로 악용하면서 해결방법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실용 정부’를 표방한 만큼 다른 어떤 문제보다 실사구시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장-분배 이분법 경계해야=“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실업자ㆍ빈곤층 등이 넘쳐나 참여정부가 아니더라도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 사정이 이런데도 참여정부는 분배정책을 지지층 확보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고 보수세력은 성장률 하락이 분배정책 때문이라고 공격하면서 합리적인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장 없는 분배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고 분배 없는 성장도 사회적 갈등과 범죄 증가 등을 야기해 지속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분배지상주의’나 ‘성장지상주의’ 모두 배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클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1월 한국을 방문해 “성장이냐 분배냐를 논하기 전에 경제성장의 열매가 어떻게 하면 하위층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2만달러 국민소득의 허상=다만 저출산ㆍ고령화의 여파로 오는 2030년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고 복지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여력이 있을 때 최대한 성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분배를 고려하되 성장을 상대적으로 우선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00년 1만달러대에 다시 진입한 뒤 올해 2만달러 시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세계 40위의 성적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아너스클럽과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1998년 2만415달러에서 2000년 1만6,641달러로 줄었으나 2004년에는 2만5,396달러로 더 벌어졌다. 잠재성장률을 현재 4%대에서 6%대로 높이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반면 고령화와 투자 위축, 개발도상국의 추격 등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여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복지지출 여력 갈수록 줄어=물론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및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사회적인 분배 요구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참여정부가 사회복지 지출을 크게 늘렸지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은 올해 10% 정도로 OECD 평균(21.8%)에 턱없이 못 미친다. 소득 재분배 효과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덴마크ㆍ핀란드 등 북구형 복지국가는 32.9%, 유럽 대륙국가는 25.7%, 영미형 국가도 22.6%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5%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재정ㆍ조세정책을 통해 소득이 낮은 계층에 복지혜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국가 재정상태나 성장률 하락을 감안할 때 복지지출을 늘릴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복지 프로그램이 그대로 가동되고 고령화가 진전될 경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지출은 2030년에 GDP 대비 17.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낮지만 국민부담률은 2001년 이미 24.1%에 이르렀다. 일본 27.4%, 미국 28.9%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 부담을 더 늘리기가 쉽지 않고 오히려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성장친화적 정책으로 중산층 육성해야=이 때문에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이 최선의 복지대책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시기에서 보듯 성장률이 떨어지면 저소득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김근영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소득을 이전해 분배를 개선하기보다 성장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구체적인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략산업군 육성, 기업 투자환경 개선, 교육훈련 등을 통한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제시했다. 아울러 복지정책도 내실화해 취약계층이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복지재원만 투입했다”며 “선진 복지를 위해서는 복지-노동-교육제도를 연계하는 한편 낭비적인 복지예산을 재점검해 일자리 지원, 빈곤탈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차기 정부가 ‘성장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성장만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2년 카드사태에서 보듯이 과도하게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을 펼 경우 경제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보다 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신성장 산업 조기 발굴, 기업투자 활성화 등의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대운하 건설, ‘7-4-7(7% 성장, 10년 내 4만달러 국민소득 및 세계 7위 경제대국 달성)’ 등의 선거공약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입력시간 : 2007/12/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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