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왜 다른 아이들을 때리냐고요? 아무 이유 없어요.”
18일 경찰청이 발표한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집중단속 실적’ 중간보고에 따르면 폭력을 가한 학생들은 죄의식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폭력을 가한 학생들은 지나칠 정도로 떳떳한 반면 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숨기기에 급급했다.
경찰청은 지난 한달간 가해학생 2,337명과 폭력서클 9개를 적발했으며 58명은 구속, 2,030명은 불구속 입건했고 249명은 소년보호사건 등으로 처리했다.
폭력을 사용한 가해학생들 중 휴대전화 카메라로 구타장면을 찍은 비율은 5.4%였다. 구타 동영상을 찍은 이유로 96.6%가 ‘별 이유 없이’ ‘재미있어서’ ‘따라해보고 싶어서’로 답했다. 단순히 때리는 것을 넘어서 폭력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가학적인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는 셈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중 가출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은 36.7%였고 이성과 혼숙을 경험한 비율이 19.3%로 나타나 사회일탈의 현상이 매우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폭력서클에 가입한 학생의 비율도 12.3%로 학교폭력이 사회적 ‘조직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않았다.
이옥희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대표는 “정부가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보다 깊이 인식하고 지역사회와 교육현장에서 뿌리 깊게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들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5.2%가 피해에 대해 상담을 하지 않고 22.9% 정도만 친구에게 털어놓는 등 혼자만의 힘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 조치가 매우 미흡한 것이다. 피해학생들이 상담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도움이 안돼서’가 52.3%로 가장 많았고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14.9%, ‘보복을 당할까 봐’ 11.6% 등이다. 피해학생 중 19.9%는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으며 12.8%는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