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화제의 책] 아트홀릭 "조울증이 예술가 창작능력 극대화"

정유석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네덜란드 출신의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고흐는 색채감각이 탁월한데 특히 노란색의 활용이 두드러졌다. 샛노란 ‘해바라기’는 물론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등에도 밤을 관통하는 노란 빛이 강조됐다. 프랑스 남부의 작렬하는 햇빛의 영향이라 볼 수 있으나 이는 고흐가 앓고 있던 황색시증, 즉 사물이 노랗게 보이는 현상 때문이었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는 흐릿한 윤곽으로 아련한 감흥을 전하는 ‘해돋이’와 ‘일몰’, ‘수련’ 등을 그렸다. 독창적인 빛의 표현이라 평가받지만 사실 모네는 백내장으로 앓았다. 후기 인상파 폴 세잔은 자연의 풍경을 단순화한 추상적 표현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겼다. 그는 심각한 근시였다. 한편 톨스토이는 ‘반복성 우울증’으로 한 때 창작능력을 잃었고 이를 종교서적 집필로 승화시켰다. 반면 감정의 들뜬 상태인 조증 중 가벼운 증상인 ‘경조증’ 상태에서는 머리 회전이 빨라져 예술가들은 폭발적으로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데, 조울증 환자였던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고골리는 경조증 상태에서 놀라운 상상력을 글로 풀어냈다. 반면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조아치노 로시니, 주세페 베르디, 핀란드 작곡가 잔 시벨리우스 등은 ‘창작마비’로 더 이상 곡을 쓰지 못했다. 과음으로 인한 우울증 탓도 있지만 지나친 비판과 낙망, 정부의 탄압 등 외부 요인이 작용했다. 예술가들은 일련의 질환과 고통 속에서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저자는 이들의 광기 어린 예술혼을 ‘아트홀릭(artholic)’이라 명명하고 정신과 전문의 입장에서 분석했다. 저자는 “뇌 속 ‘측두엽’은 언어를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며 ‘전두엽’은 창작에 대한 비판과 편집 역할을 한다. 창작활동은 이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데, 만일 측두엽이 통제 받지 않는다면 작가는 쉬지않고 끝없이 창작할 수 있으며 전두엽이 강하게 발동하면 ‘창작 마비’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술가의 남모를 고통 속에 탄생한 걸작들이 감상자들에게는 더 큰 울림과 진동을 전하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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