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6월 11일] <1720> 미국 소련원조


항공기 1만4,795대, 각종 전차 1만3,713량, 화포 8,218문, 트럭 37만5,883대. 2차대전 동안 미국이 소련에 지원한 원조목록의 일부다. 군장비뿐 아니라 식량과 의류, 석유, 공업용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원조는 약 113억달러. 요즘 가치로 따지면 2,380억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소련 원조에는 반대가 많았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좌익 성향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공산국가에 퍼준다'는 비난까지 나왔다. 루스벨트는 '소련 군대가 살상하고 파괴하는 주축국 병력과 물자는 연합국의 전과 총합계보다 크다'며 '미국을 대신해 피를 흘리는 소련을 도와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루스벨트는 현금과 금 지원을 시작으로 1942년 6월11일부터 본격적으로 물자를 건넸다. 소련은 미국제 장비와 물자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독일의 급습으로 수백개 사단이 무너지고 연간 2만대였던 전차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산업시설까지 피폐해진 최악의 상황. 미국의 원조는 소련을 회생시키고 전쟁국면을 돌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기력을 찾은 소련은 산업시설을 후방으로 재배치하고 전시생산에 몰입, 전세를 역전시켰다. 덕분에 군수품 생산도 크게 늘어나 종전 무렵에는 미국의 원조 항공기와 전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로 떨어졌다. 미국제 무기는 소련의 공업잠재력이 발휘되기 전까지 소방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으나 문제는 종전 이후. 냉전이 시작되며 상환에서도 서로의 계산이 엇갈렸다. 우선 13억달러를 상환하라는 미국에 소련은 1억7,000만달러만 주겠다며 버텼다. 결국 미국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소련을 인계한 러시아의 장부에는 현재 가치로 6억달러에 이르는 해묵은 대미채무가 남아 있지만 상환은 여전히 기대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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