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개발'과 '발전'이란 이름으로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명절은 회한과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고향이 있던 자리엔 댐이 들어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거나 눈 앞에 고향을 두고도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수몰지역 성묘객들을 위해 군 특수부대나 수자원 공사는 해마다 이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다.
특전사 황금박쥐 부대는 지난 1992년 주암댐 건설 뒤 식수원 보호차원에서 유람선 운항이 금지된 뒤 매년 수몰지역 성묘객 수송에 나서고 있다. 추석인 오는 25일에도 예년처럼 오전 9시부터 특전대원 60여 명과 15인승 고무보트 10대를 동원, 성묘객들의 발이 되어 줄 계획이다.
부대 관계자는 "보트가 아니고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산소가 500여기 정도 된다" 며 "올 추석에도 500여명이 넘는 성묘객이 보트를 이용해 성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자원 공사도 수몰 지역민들의 성묘를 위해 관리선을 이용, 지원에 나서고 있다. 포항권 관리단 관계자는 "지난 18일 성묘객 30여 명에 이어 올 추석에도 20여 명이 찾을 것으로 보여 이동을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몰지역은 아니지만 서울에도 '잃어버린 고향'을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968년 '개발'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등지고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자락에 터를 잡은 '밤섬 보존회'사람들.
이들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밤섬 실향민 귀향제'로 아쉬움을 달랜다. 하지만 올해는 폭우로 인해 지난 15일 성산대교 밑 한강 둔치에서 제를 올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밤섬 보존회'회장인 유덕유(71) 씨는 "비로 인해 밤섬에 들어가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면서도 "그래도 뿔뿔이 흩어진 이웃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옛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성묘 문화도 점차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시설공단 장묘 문화센터가 운영하는 '사이버 추모의 집'에는 하늘나라로 떠나간 가족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네티즌들이 몰려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 센터가 운영중인 '사이버 성묘' 와 '사이버 제사' 코너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묘지를 찾지 못한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고인의 묘지를 찾고 있다.
사이버 성묘에서는 각 개인별로 제공되는 50MB의 저장 공간에 고인의 이력이나 사진, 묘역 또는 납골당의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놓고 이를 보며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
'사이버 제사'는 인터넷을 통해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불교ㆍ기독교ㆍ천주교 등 종교별로 제사절차와 제사상 차리는 방법에 대한 안내가 있고 표준 제사상 차림으로 16개 순서에 따라 제사를 지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