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0월10일] <1212> 맥고원


‘공룡과 들쥐의 싸움.’ 1960년대 말 무명의 미국 통신회사 MCI가 AT&T에 도전장을 냈을 때 반응이다. 그럴 만했다. 당시 AT&T는 제너럴모터스ㆍIBM을 합친 것보다 거대한 기업인 반면 MCI는 아이디어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회사였으니까. MCI의 사업구상은 극초단파를 이용한 개인전화 사업. 전화는 유선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난 혁명적 발상은 AT&T에 대한 도전이었으나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관심을 끌었다. 폭증하는 통신수요를 감당할 만한 투자재원이 마땅치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MCI의 자금력. 어렵사리 사업허가를 얻어냈지만 돈이 없었다. 한계에 봉착한 MCI는 3만5,000달러라는 헐값에 윌리엄 맥고원(William McGowan)에게로 넘어갔다. 신사업의 잠재력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간파한 그는 사업을 전국 규모로 확대하기로 마음먹었다. 1927년 10월10일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사정이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재주로 자수성가한 백만장자였으나 사업을 전국화하는 데는 1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들었다. 통화 품질을 위해서는 AT&T의 회선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맥고원의 선택은 두 가지. 미국 전역에 17개 회사를 세워 각 500만달러씩을 모으는 한편 AT&T과 9년에 걸친 소송을 벌이며 회사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1984년 종료된 소송은 맥고원에게 승리를 안겼을 뿐 아니라 AT&T의 분할까지 이끌어내 미국 통신사업의 무한경쟁을 낳았다. 맥고원 사망(1992년) 이후 MCI도 AT&T도 제3자에게 넘어갔으나 그가 성냥불을 그은 통신혁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부도위기를 겪던 시절의 맥고원이 남긴 어록도 명언으로 남아 있다. ‘사업이란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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