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년치 더 먹고 물러나는 팀스… 법망 피해 배불리는 쏘피체

■ 가구 조달시장 꼼수 대가… 희비 가른 건 약삭빠름<br>팀스, 모회사 퍼시스와 경쟁한다더니 위장 중기 철퇴 맞자 원위치로<br>쏘피체, 퇴출법 발의 앞두고 분사… 팀스 공백 틈타 시장 장악

손동창 회장

경규한 회장


조달시장 잔류를 위해 조달사업부를 종업원지주회사로 분리, 위장 중소기업 지탄을 받아온 퍼시스의 팀스와 리바트의 쏘피체가 똑같이 법의 허점을 파고 드는 꼼수를 부렸지만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부터 조달시장에서 완전 퇴출된 팀스는 '모회사 퍼시스와는 무관한 회사'라고 선언한지 고작 1년 만에 도로 퍼시스에 편입될 전망이다. 종업원지주회사 전환 결정이 결국 눈속임이었다는 걸 자인한 꼴이다. 교묘하게 법망을 피한 쏘피체는 팀스의 공백을 틈타 가구조달물량을 쓸어담고 있다.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건 '약삭빠름'이었다.


▲1년치 조달물량 먹튀 팀스=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퍼시스는 계열사인 시디즈를 통해 팀스 지분을 다시 인수할 예정이다. 실제로 시디즈는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11만3,710주를 매수, 5.69%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퍼시스그룹에서 팀스 매수에 나선 것은 당초 노림수와 달리 올해부터 팀스가 조달시장에서 완전 퇴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종업원지주 회사로 돌리겠다며 우리사주조합에 팔았던 지분 18%와 권광태 팀스 사장및 임원 2명에게 각각 3.01%씩 매각했던 9.03%의 지분 대부분도 퍼시스그룹 쪽에서 다시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퍼시스 쪽에서 일반 주식 외에 종업원 보유 주식도 인수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퍼시스그룹의 결정을 두고 "결국 퍼시스나 팀스나 계속 같은 회사였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1년전만 해도 팀스는 퍼시스의 위장 중소기업인게 탄로나자 발뺌하며 퍼시스와 경쟁하겠다고 호언했다. 이같은 얕은 수는 결국 조달시장에서 1년을 더 버티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지난해 1월 팀스의 종업원지주회사 전환 선언 당시 이종태 퍼시스 대표는 "퍼시스는 팀스 경영에서 완전히 손 뗄 것이며 팀스 경영권 방어 문제에 대해서도 일절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퍼시스와 팀스가 사업부분에서 서로 경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팀스는 지난해부터 시행된 중소기업법 시행령에 따라 손동창(사진) 회장이 이끄는 퍼시스가 대기업으로 분류됨에 따라 조달시장 잔류를 목적으로 2010년 12월15일 분할ㆍ설립한 회사다. 팀스 분사로 위장 중소기업 논란이 불거지면서 판로지원법 개정안이 추진되자 지난해 3월에는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 정부에 이를 앞세워 선처를 호소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A가구업체의 한 관계자는 "팀스가 서류상 분사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퍼시스와 조직을 공유하는 만큼 나누고 합치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에서는 팀스 조달시장 퇴출시 퍼시스가 다시 품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라고 대부분 예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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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망 피한 쏘피체의 불편한 진실= 똑같이 대기업에서 종업원지주회사로 분리되고도 판로지원법 개정안 발의 전 약삭빠르게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해 법망을 벗어난 쏘피체. 이 회사는 올초부터 가구조달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쏘피체는 팀스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법 시행령에 따라 경규한(사진)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리바트가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조달시장 잔류 목적으로 지난 2011년 5월 보유지분 전량을 직원에게 양도, 분리한 회사다. 5월에 분사했으나 이를 공표하지는 않다가 같은 해 12월 언론 보도가 있은 후에야 이 사실을 뒤늦게 공시하며 이를 '상생경영'이라고 포장하기도 했다.

분사 시점은 팀스보다 늦었으나 판로지원법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기민한 술수' 덕에 조달시장 퇴출을 면했다. 이에비해 팀스는 분사 뒤 1년 이상 지나 종업원지주회사로 전환했다가 철퇴를 맞았다. 결국 쏘피체는 팀스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꼼수를 쓰고도 잔꾀를 부려 홀로 살아남은 셈이다. 가구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리바트나 퍼시스나 의도는 같았는데 퍼시스 쪽이 어리석게도 좀더 눈에 보이는 전략을 쓰는 바람에 팀스만 퇴출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살아남은 쏘피체는 요즘 조달시장에서 잘 나간다. 법을 피한 덕에 쏠쏠한 이익을 챙겨 가구업계의 대표적인 '불편한 진실'이 됐다. 7일 조달청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 4일까지 소피체가 계약한 조달 규모는 총 361억6,81만2,600원. 가구업체 가운데 우드메탈(363억8,281만7,950원)과 함께 선두 수준이다. 지난해는 4위였다.

이같은 계약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8억9,128만5,000원보다도 52억7,852만7,600원(17.09%)이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계약규모(632억7,745만5,980원)의 절반 수준을 벌써 훌쩍 뛰어 넘었다. 지난해 쏘피체는 가구조달시장에서 연간 계약 기준으로 팀스(1,365억8,746만5,190원), 코아스(746억8,299만6,860원), 우드메탈(722억2,625만1,970원) 다음이었다. 올해 팀스가 조달시장 퇴출로 조달계약 '0'건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팀스의 퇴출로 상대적으로 다른 상위 업체들이 득을 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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