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中企서 일하고 학위도 따고


우리나라는 일찍이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부터 내 자식만큼은 좋은 대학을 보내 사회적 평판이 좋고 안정적 직장을 갖게 하겠다는 부모들의 학구열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는 그 덕분에 여러 차례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단기간에 세계 중심국가로 우뚝 서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러한 학구열이 사회적으로 너무 지나친 탓일까.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고학력 실업자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아예 경제활동을 할 의사가 없는 사람도 3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되니까 현장기능을 익히기 위해 아예 직업학교에 다시 입학하는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특성화 고등학교(옛 전문계 고등학교)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1990년대에는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비율이 70%를 넘어 산업역군으로서의 일익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20%에도 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중소기업들은 고급인력이든 현장인력이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난리다. 이처럼 교육관이나 직업관과 관련된 국민적 인식을 단숨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문제를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우선 특성화 고등학교가 과거 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 중소기업들에 인력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번 높아진 학구열을 함께 감안하는 지혜도 발휘해야 한다. 특성화고 졸업 후 바로 중소기업에 취업해 성장일군으로서 기여하면서 학사나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기술교육과정을 대학과 공동으로 마련하는 계약학과가 그것이다. 근로자는 근무하면서 학위를 취득할 수 있어 효율적이고 또 자신의 직무능력도 향상시켜 기업의 핵심 기술인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된다. 일하면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이 최상의 교육복지 정책임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인식하는 때가 오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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