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떠나보낸 박지성은 잊자

'박지성 복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축구대표팀의 부진이 이유다. 대표팀은 최종예선도 아니고 3차예선에서부터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최종전 홈경기에서 지면 그대로 탈락이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커녕 최종예선도 밟지 못하는 아시아 2류로 전락할 위기다. 그래서 꺼낸 카드가 감독교체였다. 축구협회는 한일전 완패와 중동원정 졸전으로 누란지위에 처했던 조광래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최강희 K리그 전북 현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한 결정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어쨌든 이제 관심은 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나갈 수 있느냐, 아니면 TV로 남의 나라 경기나 구경해야 하느냐로 모아졌다. 후자의 굴욕을 면하려면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가장 달콤한 대책인 박지성 복귀카드의 거론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박지성과 함께 유럽파 황금시대를 열었고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끝으로 나란히 대표팀에서 은퇴했던 이영표는 최근 박지성 복귀론에 대해 "모두가 원해야 하며 복귀 후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태극전사 박지성을 번갈아 볼 수 있다는 것은 팬들로서는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박지성 본인은 대표팀 복귀에 전혀 생각이 없음을 직간접적으로 밝혀왔다. 어느덧 서른을 넘긴 박지성은 맨유에 전념한 뒤 명예롭게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어한다. 한국 축구가 1년 전 떠나보낸 박지성에게 재결합을 애걸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무한경쟁으로 포장된 두서 없는 실험 속에 후보만 많았지 박지성을 대체할 적임자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월드컵 최종예선은 내년 6월부터. 박지성은 이제 그만 잊고 지금부터라도 또 다른 박지성 발굴을 구체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박지성도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띄기 전까지는 그저 그런 J리거였을 뿐이다. 기대주를 해결사로 키워내는 것은 대표팀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축구계 전체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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