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 주식매수 청구 금액은 7,063억원 수준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주식매수 청구를 받으면 주주들에게 납입하려 했던 대금은 1주당 6만5,439원이다. 역산하면 1,079만여주가 반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1,079만여주는 삼성엔지니어링 소액주주의 주식 수(1,066만여주)와 국민연금이 보유한 주식 수(210만여주)의 85% 수준이다. 삼성그룹의 관계사와 삼성엔지니어링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관투자가와 소액투자자들은 이번 합병을 반대했다는 얘기다.
기관투자가들은 일찌감치 양사 합병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초 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베어링자산운용·칸서스자산운용·유진자산운용 등이 반대의사를 밝혔고 KB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한화자산운용 등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중립의견을 냈었다. 여기에 국민연금까지 반대진영에 가세하면서 대세가 기울었다.
기관과 소액주주들이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시너지가 불분명한데다 두 회사 주가가 합병 발표 이후 지나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합병 발표 이후 조선업종의 3·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고 공시되면서 삼성중공업의 주가도 부진했다. 자사주 2,886억원어치를 매입하고 박중흠 사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주식 2억6,716만원을 매입하는 등 주가부양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국민연금과 자산운용사의 경우 양사의 합병 취지에 찬성한다고 해도 당장 주가가 주식매수 청구 금액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에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