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일련의 쓰나미로 20만명 이상이 죽고 인도양 연안의 마을 수 백 개가 파괴된 지 3년이 흐른 현재 한 팀의 엔지니어들이 실험실에서 이 파괴적인 해일을 재현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분야의 실험장비로는 최초가 될 이 장비는 내년 완성될 예정이다. 완성되면 쓰나미의 원리를 자세히 밝히고, 그 파괴적인 힘에 맞설 건물을 짓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쓰나미는 드러나지 않은 채 수천 km를 이동해 온 후 갑자기 30m 높이로 일어나 해안을 덮친다. 첫 번째 파도는 건물을 덮치고 방파제를 부순다. 그리고 물마루를 따라 해안으로 들어와 육지와 건물을 바다 속으로 삼켜버리는 1.6km 길이의 물 덩어리인 나머지 파도 역시 대단히 파괴적이다. 칼리지 런던 대학의 지구공학자 티지아나 로세토는 지난 2004년 인도양 쓰나미의 여파를 관찰한 후 이 과정을 처음 이론화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쓰나미는 바다로 물러나면서 엄청난 양의 모래와 흙을 퍼가며, 이로 인해 건물이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마치 식물의 뿌리를 캐내어 잡아당기는 것과 같다는 것. 쓰나미에 견디는 건물을 설계하려면 쓰나미가 지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한다. 하지만 화질이 나쁜 기록 비디오와 극소수의 인공위성 사진을 제외하면 그녀가 쓸 수 있는 데이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티지아나는 옥스퍼드셔에 있는 HR 월링포드의 해안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을 고용, 모의 쓰나미 수조(水槽)를 만들었다. 이 수조 안에는 건물과 해안이 있고, 파도의 높이와 속도는 물론 흐름과 힘을 기록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 쓰나미를 재현하기 위해 해안 엔지니어링 전문가들은 인공 파도를 만드는데,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45m 길이의 좁은 수로 끝에 있는 기압탱크로 물을 빨아들인다. 그런 후 밸브 세트를 통해 기압탱크 안에 공기를 넣고, 수로로 물을 다시 밀어내 축소판 쓰나미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기압탱크에서 나온 물은 파도의 뒤에 계속 덧붙여져 쓰나미의 매우 긴 파장을 재현해 내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50초 내에 2,700m 길이에 30m 높이인 쓰나미의 축소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조 안에 있는 두 줄의 막대기들은 파도가 칠 때 그 높이를 밀리미터 이하 단위까지 정확히 측정한다. 물마루가 해안을 덮치면 모의 모래와 흙이 패이고, 모의 빌딩들은 가라앉는다. 이 때 고속 카메라로 물의 움직임을 순간포착하고, 모의 빌딩 및 해안에 배치된 압력 및 속도 센서가 데이터를 수집한다. HR 월링포드의 엔지니어인 윌리엄 알소프는 “쓰나미는 누구도 멈출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 수조를 사용해 엔지니어들은 쓰나미에 취약한 국가들이 최악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해저 형상을 조절할 수 있는 모의 수조를 만들어 특정 해안선에 쓰나미가 닥치는 모습을 재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