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3월 28일] 재규어, 타타에 넘어가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11억파운드(23억달러)에 포드사 계열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함으로써 국제 자동차 무대에 본격 진출하게 됐다. 세계 최저가 차를 만들어 명성을 얻은 타타가 영국의 대표 고급 브랜드를 손에 넣은 것이다. 라탄 타타 타타그룹 회장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향한 그의 열정으로 두 브랜드의 모회사였던 포드사가 이루지 못한 고급 브랜드로서의 활약과 그룹 전체의 시장 입지 확대에 성공할 것이라고 굳게 자신하고 있다. 재규어ㆍ랜드로버의 매각은 지난 수년간 이들의 적자에 눌린 포드사의 전략적 후퇴다. 포드는 이제 흑자로 겨우 돌아선 유럽과 최대 핵심시장인 미국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세계 시장을 향한 타타차의 야욕은 끓어넘치고 있다. 타타차는 자국 시장을 뛰어넘어 인도의 산업화를 바탕으로 인도 글로벌 기업을 상징하는 기수가 됐다. 재규어ㆍ랜드로버와 타타차의 결합은 타타차가 지난해 영국 철강업체 코러스를 인수했을 때보다 훨씬 험난한 경영 변화를 예고한다. 코러스는 원자재 확보라는 분명한 이득이 있었지만 재규어의 경우 지난 40년간 사양길을 걸어온 브랜드를 타타차가 구제할 능력과 인내심을 갖췄는지 의문을 남긴다. 타타차는 포드의 실패를 통해 배우겠다는 계획이다. 포드는 재규어를 고급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시켜 대중화 전략을 꾀했지만 고급차 취향과 그렇지 않은 소비자 모두에게 외면당했다. 타타차는 재규어의 고급차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재규어의 매끈한 스타일과 성능은 아시아 신흥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하지만 타타차가 산업기반이 크게 위축된 영국에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한 두 적자 브랜드를 세계 최고급으로 다시 키우기란 쉽지 않다. 지난 2005년 영국 MG로버의 몰락은 높은 노동비용 등 영국시장이 가진 한계를 드러냈다. 타타차는 오는 2011년까지 영국 생산공장을 폐쇄하지 않고 두 브랜드를 ‘인도화’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노조의 지지를 받아냈다. 타타차가 생산에 압박을 받게 되면 이들 브랜드에 어쩔 수 없이 중급 기술을 쓸 수밖에 없다. 타타차가 보다 획기적인 행동을 취해야만 재규어ㆍ랜드로버의 부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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