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부동산시장 뒤집어보기] 전셋값, 소형보단 중형이 더 뛰었다

소형주택 공급 늘려 전세난 잡는다지만…<br>정부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 소형주택에만 맞춰져 있어<br>소형 임대주택 빈집 늘고 2~3인가구는 전세난 지속

중형주택에 대한 전세수요 증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서울 반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전월세 및 매매 물건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이호재기자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9단지 래미안아파트 단지 내에는 1년 내내 불이 꺼진 동(棟)이 있다. 지난해 9월에 준공돼 입주 1년째를 맞았지만 재개발 철거 세입자 이주대책용으로 지어진 전용 33㎡ 임대아파트 210가구 중 132가구가 1년째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아파트뿐 아니라 지난해 여름부터 입주를 시작한 길음뉴타운 내 7단지와 8단지 역시 각각 임대 99가구 중 89가구, 120가구 중 89가구가 빈집 상태다. SH공사 측은 "철거민 신청자가 많지 않아 저소득 신혼부부 대상으로도 두 차례 공급했지만 여전히 미달상태"라고 말했다.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전용 59㎡ 아파트 전셋값이 2억7,000만원을 호가하는 상황에 보증금 2,800만여원에 월 23만원을 지불하는 재개발 임대아파트는 매우 저렴한 편"이라며 "하지만 신혼부부나 가족이 거주하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모두 '소형주택 공급 활성화'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재의 전세난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셋값 상승은 2~3인 규모 가족을 위한 주택인 공급면적 99㎡ 이상 중형주택에서 더욱 뚜렷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용 20~33㎡ 소형주택 공급으로는 이들을 위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15일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의뢰해 지난 2년간 서울시내 아파트의 면적별 전셋값 변동치를 조사해본 결과 공급면적 99~132㎡ 미만(30평형대) 아파트의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면적 아파트의 전셋값은 2009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간 3.3㎡당 639만원에서 781만원으로 142만원 올랐다. 가구당 4,000만~5,000만원가량 전셋값이 상승한 셈이다. 뒤를 이어 165㎡(50평형대) 이상 대형 아파트도 같은 기간 3.3㎡당 865만원이던 전셋값이 999만원으로 133만원이 뛰었다. 지난 2년간 가구당 최소 6,500만원 이상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공급 66㎡ 미만 소형 아파트의 경우 3.3㎡당 전세가가 121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주택면적을 고려할 경우 가구당 1,000만~2,000만원가량이 올랐고 5개로 분류해 조사한 주택면적 중 가장 적은 상승폭을 보였다. 닥터아파트 측은 "전셋값 변동률만 따지면 소형 아파트가 23%로 높은 편이지만 금액으로 따져볼 경우 99㎡ 이상 중대형 아파트의 변동액이 훨씬 높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급대책은 '소형주택'에만 맞춰져 있다. 서울시 및 국토해양부가 몇 차례에 걸친 전월세대책에서 ▦용적률 상승을 통한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저리대출 등을 통한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 등의 해법을 내놓자 소형주택 공급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소형주택 공급 활성화에 한몫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형주택 공급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전셋집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합정동 J공인의 한 관계자는 "지난 몇 개월 사이 방 2~3칸 규모의 전셋집으로 구성돼 있던 다가구주택들이 원룸주택으로 신축되거나 리모델링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며 "원룸은 우후죽순 늘어나 여유가 많지만 정작 전셋값이 급등한 66~99㎡(20~30평형)대 아파트나 연립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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