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시간이 돈이라지만…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에서 한국인이나 서구인은 현지의 귀한 손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할 때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손님에게 오후7시까지 와달라고 요청하면 오후8시나 9시, 심지어 자정이 다돼서야 나타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특히 여러 손님을 초청했을 때 주빈이 늦어지는 경우 주인 입장에서는 약속시간에 맞춰 방문했거나 조금 늦게 도착한 다른 손님들에게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다. 주빈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음식을 차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손님들에게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주빈을 한없이 기다리라고 양해를 구하는 일도 민망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지에서 오래 생활한 외국인들은 현지인의 초대를 받아도 주빈이 누구냐를 물어본 뒤 상황에 따라 1~2시간쯤 뒤에 나타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한다. 물론 비즈니스로 만나는 경우는 비교적 시간을 잘 지킨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1950년대나 1960년대 ‘코리안 타임’이라고 해서 정해진 약속시간을 지키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다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언제부터인지 시간을 잘 지키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요즘에는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이 드물어졌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언젠가는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맞추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짧은 기간이지만 그곳에서 살면서 느낀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우리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타임 오리엔티드(time-oriented)형 인생이 ‘무슨 일이든 아무 때나 하면 됐지’라며 느긋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삶보다 과연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가이다. 몇 해 전 어느 국제기구에서 각국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도를 계량화해 행복지수를 발표한 적이 있다. ‘부자 되세요’를 가장 큰 덕담으로 생각하는 우리 국민들의 통념과 달리 경제적으로 낙후된 나라의 국민들이 선진국 국민들보다 훨씬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필자만은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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