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공기업 개혁과 시장논리

유재원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기치 아래 정권의 명운을 걸고 대대적인 공기업 개혁에 착수했다. 이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정부와 여당은 과잉복지와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을 공기업 과잉부채의 주된 원인으로 간주해 공기업 종사자에게 주어진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각종 특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하며 이에 저항하는 노조를 개혁의 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과다부채 해결 위해 민영화도 필요

이에 반해 야당과 공기업 노조는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의 원인이 과잉복지와 강성노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실패와 낙하산 인사에 있다면서 정부의 개혁노선에 반발하고 있다.


공기업 부채는 실로 심각한 상태다. 지난 2012년 말 현재 공기업 부채는 493조원으로 국가채무 446조원보다도 많다. 부채과다 12개 공기업의 총부채는 412조원으로 매년 물어야 할 이자만 해도 7조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상당수 공기업이 해외신용평가사들로부터 투자부적격 신용평가를 받을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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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하나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공기업의 책임운영을 강화하는 것이다. 민영화 방안은 공기업이 수행해온 기능을 시장에 넘기는 것이고 책임경영 강화 방안은 공기업을 존치시켜 기존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되 엄정한 기업식 경영방식과 시장논리를 공기업 운영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 두 방안 모두 1980년대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당시 영국이 안고 있었던 복지병과 심각한 정부 재정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실행한 방안으로 유명하다.

민영화 방안은 공기업 부채와 비효율적 방만경영 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장점이 있지만 공공성 약화, 기득권 침해 등의 이유로 심각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을 우려해 민영화 시도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처사다.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민영화해도 부작용이 없는 공공기관을 면밀하게 골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할 정도로 재정수입 확충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국가에 재정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 일부 민영화는 불가피하다.

성과주의 정착 책임경영 강화를

수행하는 기능의 공공성이 아주 강하거나 원활한 거시경제정책 이행을 위해 민영화하기 힘든 공기업에는 기업의 책임경영 방식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기업 기관장이나 이사 및 감사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정치성을 전면 배제하고 전문성과 업무수행 능력을 갖춘 인사가 발탁되도록 채용구조를 개혁해야 한다. 둘째, 효율적인 기관통제가 가능하도록 기관장에게 더 많은 인사 및 재정상의 재량을 부여해야 한다. 셋째, 보다 치밀하게 설정한 기준에 따라 경영실적을 엄정하게 평가하고 그에 따라 진퇴와 성과급을 결정함으로써 기관장과 임원의 책임성을 담보해야 한다. 넷째, 공공기관 평가와 감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위원 또한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구성돼야 한다.

한마디로 공기업 경영상의 전문성과 성과주의를 보다 강화하고 정치성과 관료주의를 줄이는 것이 요구된다. 공기업 경영에 정부논리와 정치논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기업논리와 시장논리를 강화하는 것이 효율적인 공기업 개혁의 첩경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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