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리금융-지방은행 갈등 고조

이달말 컨설팅보고서 내용 "통합법인" 밝혀져 우리금융지주사의 은행 부문 기능재편 시기(오는 6월 말)가 가까워지면서 우리금융그룹과 자회사 지방은행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경남ㆍ광주은행 등 우리금융 산하 지방은행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독립법인으로 남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정리한 데 이어 8일 각각의 지역에서 독립법인을 유지하기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달 말 최종 컨설팅 결과를 내놓기로 한 AT커니의 광주ㆍ경남은행에 대한 현상분석 보고서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 지방은행들이 서둘러 '투쟁'에 나선 것이다. 우리금융측은 지방은행 자극을 꺼려 공식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자회사 기능재편이 어려워져 지주사 체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그룹 수뇌부와 지방은행 경영진간에도 대화 채널이 단절돼 있다는 점. 지방은행들은 최고경영자부터 말단 직원까지 이해가 일치하는 데다 지역정서까지 등에 업고 있다. 그룹에서 인사권을 발휘한 지방은행장들마저도 지역의 이해와 정서를 대변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AT커니의 최종 컨설팅 결과는 '은행 부문 법인 통합'을 권유하는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평화은행을 힘겹게 '처리'한 우리금융은 가장 힘든 관문을 눈앞에 두고 있다. ◆ 최대 쟁점은 독립법인 유지 여부 한빛은행과 하나로 합쳐질 경우 지역 중심의 은행경영이 이뤄질 수 없고 그나마 갖고 있던 지역 내 영업기반도 차츰 사라질 것이라는 게 지방은행들의 항변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3개의 독립법인보다 하나의 은행이 경영이나 전략 차원에서 효율적이며 당초 지주사제도를 도입한 취지와도 맞는다는 것이다. 지역 내 기반은 본부체제로 다질 수 있고 결국 독립법인은 지방은행 임직원들의 자리를 지켜주는 기능밖에 하지 못한다는 지적. 어느 쪽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AT커니가 3월 말까지 기능재편 방향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이를 근거로 6월 말까지 우리금융지주사의 은행 부문 기능재편은 완료될 예정이다. 컨설팅사의 권고가 '법인 통합'으로 기운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난감하다. 지방은행들은 거세게 반발할 것이고 우리금융측은 고용 보장 등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심하게 양보하면 여론의 비난이 거셀 것이고 강하게 맞서면 극한대립으로 골이 패인다. 결과가 나올 때부터 우리금융의 줄타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 AT커니 현상분석 결과는 충격 완충용 AT커니사는 이들 두 지방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누적돼온 부실채권을 상당부분 정리, 건전성이 좋아졌고 수익성도 지난해부터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생산성을 나타내는 1인당 영업이익의 경우 두 지방은행 모두 1억6,000만원 수준으로 국내 우량은행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투하된 자원에 비해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점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AT커니사는 경남은행의 경우 경남 지역 내에서 23%의 은행직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2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광주은행은 직원점유율 23%에 비해 1%포인트 낮은 22%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이도 저도 아니지만 이달 말 내려질 결론은 '통합' 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우리금융 안팎의 관측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은행들이 통합되지 않는다면 지주사제도를 도입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요점이 불분명한 AT커니의 현상분석 결과는 충격 완충용으로 미리 공개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화용기자 최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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