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우리은행 매각 더 미룰 수 없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가 추진해왔던 우리금융지주 매각작업이 정작 핵심인 우리은행 매각을 놓고 걸음을 멈추고 있다.

우리은행의 매각방식은 국가계약법이 요구하는 유효경쟁(경쟁입찰) 요건과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방향 고려라는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이 규정하고 있는 이른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의 제약을 받는다. 문제는 시장 여건이 이 근사한 요건과 원칙들을 충족할 만큼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하에서 공자위는 두 차례나 매각을 추진했으나 우선 국가계약법이 요구하는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실패했다.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배경에는 이른바 '3대 원칙'의 충족 여부에 대한 시비도 원매자들의 매수 시도를 포기토록 하는데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앞으로 기다린다면 유효경쟁 원칙과 "3대 원칙"을 준수하면서 일괄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가. 솔직히 말해 과거가 말해주듯이 "없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설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들, 그때 우리금융의 가격은 얼마나 될 것인가. 이미 공자위가 이른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을 정한 지난 2007년 7월 이후 우리은행의 주가는 거의 반토막이 돼 매각으로 회수 가능한 공적자금이 절반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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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와 공자위는 법으로 정한 매각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과 비난 때문에 우리은행을 매각하는 데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시장 여건에 맞도록 국가계약법도 고칠 수 없고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의 '3대 원칙'도 고칠 수 없다면 차라리 금융위와 공자위는 "매각 불능"을 선언해야 마땅해야 마땅하다. 그러면 우리은행 매각을 가로막는 법을 고치자는 논의라도 있을 것이 아닌가.

'3대 원칙'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제외한 '빠른 민영화'와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 등은 사실 매각과정을 꾸미는 근사한 장식에 불과하다. 민영화 후 우리은행의 지배구조는 주주들이 결정할 문제이지 공자위가 결정할 과제가 아니다.

유효경쟁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괄매각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국가계약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기매각을 실현할 수 있는 매각방식이 '희망수량 경쟁입찰방식'이라면, 그것이 해답이다.

금융위와 공자위는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책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고 여론의 시비를 가져올 여지가 없는 근사한 매각의 여지를 찾아 시간을 보낸다면, 이는 사실상 책임 회피적인 행태나 다름이 없다. 조기매각으로 공적자금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원칙은 없다. 금융위와 공자위가 조기매각 추진을 이유로 책임진다면 오히려 여론의 격려를 받을 것이다. 유효경쟁 요건과 '3대 원칙'으로는 일괄매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명분으로 책임을 피하고 또 세월을 보낸다면, 이것이야말로 "복지부동"행태이자 진정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다. 금융위와 공자위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 없이 매각추진 속도를 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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